책읽는 여자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하얀 종이 2018. 3. 30. 15:37

 

 

 

 

김동영 작가님의 수필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입니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라는 책으로도 잘 알려진 작가님이시죠. ^^

 

 

작가님의 예전 수필집들은 사진을 위주로 한 형식이었는데,

 

이번에 읽게 된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는 활자들로 그득한 수필집이었어요.

 

저는 수필도, 소설도... 활자들로 그득한 책을 좋아합니다. 

 

 

맨앞 표지가 정말 이쁘긴 한데..

 

넘기면 책이 좀 상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

 

그래도.. 읽으면 읽을수록 그 감정은 잊어버리고 페이지 속 글에 스르륵 빠져들었습니다. ^^

 

 

그동안 김동영 작가님 몸이 많이 아프셨다고 알고 있었는데..

 

멀리서 머무는 분이 보내온 반가운 손편지를 읽듯

 

행복한 독서시간을 보냈습니다. ^^

 

 

 

 

 

 

 

 

 

 

 

 

 

 

 

 

 

 

 

 

 

사실 나는 자유롭지 않다.

그저 내 새장에는 작은 문이 열려 있고, 그곳을 통해 나갔다가 다시 새장 안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나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당신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당신의 새장은 원래부터 열려 있었고,

그 밖으로 자유를 찾아 날아가는 건 당신의 진심입니다.'

 [p.19]

 

 

 

 

 

 

 

 

 

 

 

 

 

 

 

 

 

내게 여행은 떠남과 돌아옴이다. 어딘가로 떠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참 좋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나 자신이 좀 더 정리되고 풍부해진 기분이 든다.

더 먼 곳으로 갈수록, 더 길게 갈수록

내가 느끼는 그런 감정들도 더 크고 강해진다. 그렇게 돌아와 나의 집 현관문, 그리고 내 방 문을 열었을 때

밀려오는 익숙함을 나는 진정 사랑한다. 모든 것이 내가 돌아오길 기다려준 듯한 기분이다. [p.95]

 

 

 

 

 

 

 

 

 

 

 

 

 

 

 

 

여행은 봄날의 햇살처럼 찰나의 따뜻함과 설렘이 있고, 때로는 사정없이 불어오는 겨울바람처럼 사납고

불안하지만,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과는 다르다.

그래서 여행에서 느꼈던 것을 집에 와서 소처럼 되새김질 하며 지내다, 그것들이 희미해지거나 소화가 다 되면

다시 떠날 궁리를 하는지도 모른다. [p.149]

 

 

 

 

 

 

 

 

 

 

 

 

 

 

 

 

여행이 매 순간 우리에게 최고의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는 건 불가능하다. 여행도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시간 안에도 기쁘고 외롭고 그립고 기대하는

순간들이 함께 뒤섞여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낯선 길 위에서

보낸 시간이야말로 저마다의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는 걸. 

[p.184]

 

 

 

 

 

 

 

 

 

 

 

 

 

 

 

 

우선 살고 보자.

그 고비를 넘겨보자.

사는 건 원래 별로이고 괴로운 거니까.

하지만 기억하자.

당신은 귀한 존재라는 걸.

이 세계에서, 그리고 당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귀한 건 그런 식으로 사라지면 안 되는 거다.

 

당신은 진정 귀하고 귀하다.

[p.212]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바란다.

조금 더 세상이 나를 받아들여주기를 바란다.

조금 더 세상이 살기 쉬운 곳이 되기를 바란다. [p.274]

 

 

 

 

 

 

 

 

 

 

 

 

 

 

 

 

 

 

 

 

 

저도 한때 김동영 작가님을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그게 타인들의 눈에 그렇게 비춰지는 모습이지, 진정한 자신은 아니라고.. 작가님은 책에서 말합니다.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느긋해보이고 편해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는 저 자신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속에서는 감정의 폭풍이 몰아치니까요.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의 글은

 

여행에 대해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랑을 말하는 것 같기도

 

혹은 작가님의 인생관에 대해 말하는 것 같기도 해요.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아..

 

저는 언제쯤이면 이 말을 속으로 되뇌이며 세상을 진정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요.

 

 

욕심을 한 덩어리 정도 버리고,

 

가벼워지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습니다. ^^

 

 

김동영 작가님의 수필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