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18
소설집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18'입니다.
공모전을 알아보던 중.. 교보문고에서 실시하는 스토리공모전 소식을 알게 되었어요.
소설을 소스로 삼아 웹툰, 웹소설, 단편영화 등등 다양한 콘텐츠로 변화, 발전시키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멋진 취지의 공모전.
그에 맞춰..
작년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수상작들이 책으로도 나왔다고 해서
찾아읽게 된 책입니다.
미래에 실제로 벌어질 법한 우주여행과 복제인간에 대한 소설 '님아, 저 우주를 건너지 마오'
사랑했던 여자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뚱뚱해진 남자가 겪는 꿈과 환상의 경계에 대해 쓴 소설 '임수 씨, 맛있습니까?'
인간의 잃어버린 신발에 깃든 운으로 영생을 누리는 괴물 야광족 그리고 인간의 상처에 대한 소설 '야광의 구두 수선 가게'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소설 '팔랑귀의 시계'
잔잔하듯 선명한 명진 그리고 고양이 브람스에 대한 소설 '브람스-612'
전부 다, 시간의 흐름조차 잊을만큼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그 기억의 바다는 내 것이 아니었다. 원래 주인인 다니엘 워필드가 분해되기 직전에 두고 간 정보들에 불과했다.
검사의 말을 이해한 나는 바다에서 튕겨져 나왔고, 그 낯설어진 기억을 방관자처럼 바라보았다. 허무함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내가 옛 기억들을 떠올릴 때마다 느꼈던 아련함, 그리움, 따뜻함 따위의 감정은
결국 잘 만든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는 말인가. ['님아, 저 우주를 건너지 마오' p.29]
진경이 괜찮으냐며 임수의 한쪽 팔을 잡아주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팔과 작은 손.
그의 거대한 몸에 비해 한 줌도 안 되는 작은 것들이 그에게 달빛과 같은 위로를 주었다.
불안함에 요동치던 가슴이 처음으로 잠잠해졌다. ['임수 씨, 맛있습니까?' p.88]
누군가가 자신의 악몽 속으로 들어왔고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들켜버렸다. 보라는 꿈속에서
그녀의 위험을 알면서도 지켜보고만 있었다. 겁에 질려 벌벌 떨다가 달아나버렸다. 자기 꿈인데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보라의 발밑으로 우울의 바다가 펼쳐졌다. 그 바다는 바닥이 없었다.
['야광의 구두 수선 가게' p.127]
"어차피 우리는 모두 즐겁기 위해서 지구에 온 것이 아닌가요?"
['브람스-612' p.229]
삶을 상상하는 것과 삶을 궁리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삶을 아무리 궁리한다고 해도 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로든 걸어가며 울었다. 잊을 수 있는 것은 당장이라도 잊을 수 있다. 그러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아무래도 잊을 수가 없다. 지난 삶의 이름들을 잊어버리면 앞으로의 삶까지 지울 수 있을까. ['브람스-612' p.253]
그는 브람스와 꼭 닮은 어린 고양이 하나를 데리고 여전히 방에 틀어박혀 산다. 그는 꿈꾸는 사람이다. 명진은 상상하는 사람이다.
명진은 이번에 어디선가 데리고 온 고양이를 브람스라고 부르기로 한다. 방 안에 또 다시 거친 비바람이 몰아친다. 나무 꼭대기에서는
참나무와 겨우살이가 수천 번 반복되어온 이별을 또다시 애절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것은 차라리 영원히 주저앉아 있을 한 편의 짧은 소설이다.
['브람스-612' p.274]
2013년부터 시작된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솔직히 요즘.. 소설이 소설 그 자체만으론 살아남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그 소설이 가진 스토리를 재료로 삼아 웹툰이나 단편영화 같은 다양한 작품으로
제작시켜 소설로 하여금 새로운 숨을 불러일으켜주자는 이 공모전이,
저는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
모두 흥미로운 작품들...
작가님들의 기묘하고 참신한 상상력과 단단한 필력이 부럽습니다. ^^
저도..
조만간 좋은 작품으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고 싶습니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18'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