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매직 스트링

하얀 종이 2019. 1. 24. 16:01

 

 

 

 

 

미치 앨봄 작가님의 소설 '매직 스트링'입니다.

 

읽어보고 싶다.. 마음만 먹고 내내 미루기만 했는데, 이제야 읽었어요.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수필로 유명한 미치 앨봄 작가님.

 

표지부터 너무 근사하죠. ^^*

 

기대했던 작품이라 첫장 펼치면서부터 너무 설렜습니다. *^^*

 

 

 

소설의 주인공 프랭키는 스페인 내전이 한창인 1936년에 비야레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납니다. 

 

전쟁의 치열한 분위기 속에서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프랭키는

 

양아버지 바파와 털 없는 개와 함께 살아가게 되죠. 프랭키는 우연히 만난 기타 스승 엘 마에스트로에게 수업을 받으며

 

천재 기타리스트로 자라나지만, 전 유럽을 울게 만든 전쟁의 비극이 스페인까지 뻗쳐오면서 그들 모두와 원치 않는 작별을 합니다.

 

잘 곳과 음식, 돈을 찾아 세상의 떠돌이가 되어 영국까지 간 프랭키.

 

그는 그곳에서 세계적인 집시 기타리스트 장고 라인하르트를 만나 미국으로 건너가고,

 

미국 뉴욕과 LA, 뉴올리언스 등에서 화려한 삶을 살게 됩니다.

 


엘비스의 대역으로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노래하고,

 

존 레논, 폴 매카트니와 파티를 즐기고,

 

리틀 리처드의 히트곡에 기타 세션으로 참여하는 등 프랭키의 삶은 화려한 성공이었지만

 

저는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그의 삶이 눈물 겨워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ㅠ.ㅠ

 

 

천재 기타리스트 프랭키 프레스토의 묘사가 너무 생생해서

 

실존인물인가...? 몇번이나 의심을 했네요. ^^*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눈앞에 선명한 정경이 펼쳐지는 느낌..

 

무지 감동적인 소설이었습니다. ^^

 

 

 

 

 

 

 

 

 

 

 

 

 

 

 

 

 

         

 

나는 음악이에요.

나는 프랭키 프레스토의 영혼을 위해 여기 왔어요.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그가 세상에 나오면서 내게서 떼어간 꽤 커다란 재능을 찾으러 왔죠.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대여물이거든요.

나는 프랭키에 재능을 모아 새로 태어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거예요. 언젠가는 여러분의 재능도 그렇게 모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게 되겠죠. 여러분이 처음 듣는 멜로디에 흘긋 고개를 들거나 드럼 소리에 발을 두드리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모든 사람은 음악적이죠.

아니면 왜 신이 뛰는 심장을 주었겠어요?

[p.10]

 

 

 

 

 

 

 

 

 

 

 

 

 

 

 

 

"때로 피가 나요, 네, 마에스트로."

그의 목소리가 떨렸어요.

"울고 있니, 프란시스코?"

"아뇨, 마에스트로."

"피가 난다고 울지 마라. 네가 사랑하는 무언가 때문에 울지 마라."

그는 싱크대 옆의 캐비닛 안으로 손을 뻗어 작은 병과 그릇을 찾았어요.

"진짜 기타리스트는 굳은살이 생기면 기뻐하는 법이지. 피부가 단단해지면서 고통을 덜 느끼게 해주거든.

하지만 네가 느꼈던 모든 고통이 그 굳은살 아래에 있어."   [p.76]

 

 

 

 

 

 

 

 

 

 

 

 

 

 

 

 

 

 

"자." 엘 마에스트로가 기타 음 너머로 속삭였어요. "다른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러."

"부르고 싶지 않아요."

"왜?"

"무서워서요."

"좋아. 그럼 넌 또다시 무서워질 거야. 평생. 이겨내야 해. 사람들을 마주하고 사람들이 저기 없다고 생각해."

"마에스트로......"

"할 수 있어. 내 말을 항상 기억하렴, 넌 할 수 있어."

[p.157]

 

 

 

 

 

 

 

 

 

 

 

 

 

 

 

 

"기타줄을 공격하지 마라, 프란시스코."

"네, 마에스트로."

"기타줄을 달래주렴."

"네, 마에스트로."

"기타줄들이 너의 다음 음을 갈망하게 해라. 인생에서도 그렇고."

"인생에서요, 마에스트로?"

"누군가 네 음악을 들어주길 바란다면 네가 그들을 공격하겠니?"

"아뇨, 마에스트로."

"그래, 공격하지 않을 거야. 네가 연주하는 아름다움을 그들이 스스로 듣고 싶게 해야지." [p. 225]

 

 

 

 

 

 

 

 

 

 

 

 

 

 

 

 

 

 

 

프랭키는 정말 슬플 때는 기타를 잡았어요. 한 시간 또 한 시간. 하루 또 하루. 제퍼슨 거리의 클럽에서

들었던 블루스의 코드 진행을 연마하면서 연습하고 연주하고 좀 더 연습하고 좀 더 연습했어요.

모든 음악도들의 지도는 단순해요. 모든 쓸쓸한 길은 내게로 이어지죠. 나는 그들을 안아주죠. 나는 포근해요.

나는 결코 떠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p.252]

 

 

 

 

 

 

 

 

 

 

 

 

 

 

 

 

 

 

"삶이란 이런 거야. 살다 보면 잃는 것이 있어. 넌 수없이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쓸모없어져."

"네, 마에스트로."

"넌 지금 쓸모가 없구나. 아직도 술을 따르지도 않고."

"죄송해요, 마에스트로."

"됐다. 다시 아르페지오로 돌아가라. 이 말밖에 해줄 수가 없구나. 듣고 있니?"

"네, 마에스트로."

"그만 울고 연주를 시작해."  [p.364]

 

 

 

 

 

 

 

 

 

 

 

 

 

 

 

 

 

 

"다시 손가락 연습을 해보자."

"이 굳은살들은 보기 싫어요."

"나중에 없어질 거야."

"그러면 아프지 않게 되나요?"

"조금만 있으면."

"그렇다면 음악은 고통이 아니네요?"

프랭키는 자신의 첫 번째 기타를 잡고 있는 딸을 쳐다보았어요. 그는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어요.

"항상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란다."

그가 말했어요.

[p.487]

 

 

 

 

 

 

 

 

 

 

 

 

 

 

 

 

 

재능은 뼛속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에요. 입술에도, 폐에도, 손에도 들어 있지 않아요.

난 음악이라고요. 음악은 인간의 영혼과 연결되어 있고 말이 필요 없는 언어지요.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가죠.

그리고 여러분의 연주는 항상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죠.

가끔은 온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p.550]

 

 

 

 

 

 

 

 

 

 

 

 

 

 

 

 

 

 

 

 

 

소설의 화자는 '음악'입니다.

 

저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화자가 '음악'이라는 게 너무 특이해서 이런 소설을 나도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

 

실제로 써서 연재도 해봤지만... 제가 감히 미치 앨봄 작가님의 필력은 못 따라갈 듯...//^^///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가죠.'

 

소설 속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이 문장 속 '밴드'는 처음에는 가족이고, 때론 이웃이기도 하고, 친구 혹은 동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혼자서 살 수 없으며 반드시 누군가와 정을 나누고 살죠.

 

 

인생을 '음악'과 '밴드'에 비유한 미치 앨봄 작가님... 천재 맞으시죠? *^^*  

 

 

 

프랭키 프레스토의 기타줄은 그가 인생에서 누군가의 운명에 뛰어들 때마다 푸른빛으로 변하죠.

 

그렇게 그는 삶에서 여섯 번의 기회를 갖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그 주위로 모여드는 빛들.

 

그중에서 무엇을 손아귀에 쥐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화가가 되고, 뮤지션이 되고, 작가의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가 너무 아름다웠어요. ^^

 

 

페이지가 500장이 넘는 두꺼운 장편소설이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은

 

감동적인 소설 '매직 스트링'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