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얀 종이 2019. 2. 25. 17:02




김영민 교수님의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입니다.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위트 넘치는 칼럼으로도 유명하신 교수님. ^^


작년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분 칼럼을 같이 보고 키득거렸는데..


교수님의 재미있는 칼럼이 책으로도 나와서


냉큼 집어 장바구니로 직행~ㅋㅋㅋ



일상, 학교, 사회, 영화, 대화의 단락으로 구성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님의 칼럼으로 만들어진 책.


제목이 왠지 으스스하지만...


저를 웃게 한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리라 기대하며...


첫장을 펼쳤습니다.



 



















상처가 없다면,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 용기가 없어 망설이다가 끝낸 인생에 불과하다.

 태어난 이상, 성장할 수밖에 없고, 성장 과정에서 상처는 불가피하다. 제대로 된 성장은 보다 넓은

시야와 거리를 선물하기에, 우리는 상처를 입어도 그 상처를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상처도 언젠가는 피 흘리기를 그치고 심미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성장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구원의 약속이다. [p.37]

 

 

 

 

 














쉬기 위해서는 일단 열심히 일해야 한다. 무엇엔가 열심히 종사하지 않은 사람은, 잘 쉴 수도 없다.

열심히 종사하지 않은 사람의 휴식에는 불안의 기운이 서려 있기 마련이다. 쉰다는 것이

긴장의 이완을 동반하는 것이라면, 오직 제대로 긴장해본 사람만이

진정한 이완을 누릴 수 있다. 당겨진 활시위만이 이완될 수 있다.

[p.87]

 

 

 

 

 













부자가 많이 등장한다고 해서 좋은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으로만 점철된 이야기라고

꼭 좋은 이야기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패담도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에 대한 망각도 필요합니다. 인생에서 일어난 일을

요령 있게 망각하고 기억할 때 좋은 이야기가 남겠지요. 아무 일도 기억나지 않는 삶은 물론 지루한 이야기겠지요.

그래서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p.116]

 

 

 

 













아, 실로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 사랑을 통해서

인생의 권태를 이겨내고, 사랑의 상상 속에서 협애한 자아를 넘어 보다 확장된 삶을 경험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인간들은 대부분 사랑의 대상이 되기에는 너무 누추하다. 깔끔한 용모는커녕, 화장실에서 손도 씻지 않는 존재들도

적지 않다. 일상의 인간들이 사랑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기꺼이 다른 세계로

사랑할 대상을 찾아 떠난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상대로 한 '팬질'에는 유구한 역사가 있다.

[p.163]

 

 

 















예술의 인간에 대한 궁극의 공헌은, 만들어내거나 향수하기 위해 사들인 예술품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그러한 예술품을 만들거나 향수하는 과정에서 동시에 고양된 자신의 생 자체에 있다.

가장 위대한 예술가는 예술이 궁극적으로 실현되는 장소가 일상임을 아는 사람이다.

[p.292]

 

 

 

 
















제 글에 리듬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글에 리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리듬이 없는 글은 읽기 어려우니까요,

리듬만 있어도 사람들은 글을 읽을 수가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은 합니다.

재미도 그래요. 저는 재미없는 글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굉장히 폭넓은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데요, 솔직히 지루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봅니다.

맛없는 디저트를 먹기에 인생이 너무 짧잖아요.

[p.307]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비유를 할까?'


내내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



예술은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가 있다는 문장, 큰 행복보다는 작은 근심이 더 살기 편하다는 문장,


상처 받은 성장이 더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다는 문장...


한 줄마다 철학과 재치가 그득 담긴 책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명절에 쏟아지는 잔소리를 방어하기 위한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이 너무 인상 깊어서


읽게 된,


김영민 교수님의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상처와 고통 없이는 아름다울 수 없는 삶...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