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일의 기쁨과 슬픔

하얀 종이 2020. 4. 7. 15:18

 

장류진 작가님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입니다.

 

작년에 나온 책인데, 베스트셀러가 되고서야

 

읽었어요. ^^

 

 

알랭 드 보통 작가님 책과도 제목이 같죠.

 

 

사회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다룬 장류진 작가님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지인을 바라보는 나의 이야기 '잘 살겠습니다'

 

윗사람에게 잘못 보여 월급을 포인트로 받는 고객 '일의 기쁨과 슬픔'

 

이혼한 직장동료에게 작업을 걸려다 실패한 어리석은 남자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현실적 문제를 모른채 이상을 쫓는 인디가수 '다소 낮음'

 

오지랖 넓은 도우미 아주머니를 고용하며 벌어지는 신혼부부 이야기 '도움의 손길'

 

심장 떨리는 첫 출근길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성매매업소를 찾는 의문의 남자들 '새벽의 방문자들'

 

팍팍한 삶을 사는 젊은이가 여행지에서 만난 배려 깊은 할아버지 '탐페레 공항'

 

 

단편소설 8편 모두 인상깊고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네모난 프레임의 아래위로 뿌옇게 블러 처리가 되어 있었다. 

마치 눈물 고인 시선으로 바라본 장면 같았다. 그 와중에도 카드 속 글씨만큼은 

또렷했다. 나는 은은한 필터가 입혀진 내 글씨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분명 내가 쓴 것인데 사진으로 찍어놓은 것을 보니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십년 뒤에 우리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나는 혼자 십년 뒤,라고 조용히 읊조렸다. 너무나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십년 뒤. 그때까지 언니가 회사에 있을 수 있을까. 그때까지 나는 회사에 있을까.

['잘 살겠습니다' p.32]

 

 

 

 

 

 

 

 

 

 

 

 

"이상하다는 생각을 안 해야 돼요.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머리가 이상해져요."

['일의 기쁨과 슬픔' p.50]

 

 

 

 

 

 

 

 

 

 

 

 

 

냉장고의 진동이 장우의 뒤통수와 등을 타고 전해졌다. 낮게 웅웅거리는 냉장고 소리가 

장우의 심장박동과 만나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어냈다. 장우는 그제야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무사히 돌아온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장우는 냉장고의 문짝을 가만 올려다보았다. 

부채꼴 모양의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장우의 냉장고는 4등급, 다소 낮음이었다.

['다소 낮음' p.126]

 

 

 

 

 

 

 

 

 

 

 

딩동.
 초인종이 또다시 울렸다. 여자는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들은 소리가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해 당황했다. 딩동. 한번 더 울리자 그제야 서늘한 공기가 여자의 심장을 훑고 지나갔다. 

여자를 찾아올 사람도 없었고, 이사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 더 남은 

택배도 없었다. 무엇보다, 새벽 세시였다. 이 시간에 초인종이 울릴 이유가 없었다. 

여자는 자신이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불안감에 쌓였다. 그것은 불이 켜지기 직전, 

바퀴벌레로 꽉 찬 방을 상상하는 일처럼 소름 끼치는 두려움이었다.

['새벽의 방문자들' p.174]

 

 

 

 

 

 

 

 

 

 

 

 

 

 

나는 알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후회하는 몇가지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애써 다 털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 

어딘가에 끈질기게 붙어 있고, 떼어내도 끈적이며 남아 있는, 날 불편하게 만드는 그것. 

내가 그것을 다시 꺼내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꺼내서 마주하게 되더라도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는 힘들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탐페레 공항' p.209]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가 많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어요.

 

이렇게 좋은 소설인데, 진작에 읽을 걸.. 후회했네요. ^^*

 

 

읽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고 생각을 하게 해주는 소설이

 

좋은 작품이라고 해요.

 

장류진 작가님의 소설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너무 숨막히게 달리지 말고

 

가끔은 영화와 책과 음악으로

 

삶속의 작은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회의 양면을 훌륭하게 묘사한

 

장류진 작가님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