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하얀 종이 2020. 5. 14. 16:10

 

‘2020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입니다.

 

매해 출간되는 책이죠.

 

 

첫 장 펼치자마자 작가님들의 친필사인이~~*^^*

 

덕분에 두근두근 설렘을 안고 책을 읽었어요. ^^

 

 

 

새댁이 시댁 제사에 처음으로 가면서 여자들만이 겪는 스릴러를 그린, 강화길 작가님의 소설 음복

 

최은영 작가님 작품인, 꿈을 좇아 대학으로 돌아온 화자가

단단한 관점과 다정한 배려를 가진 선배 여성 강사와의 애틋한 시절을 그린 소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김봉곤 작가님 작품, 외도한 동성애인과 화해 그리고 커밍아웃을 그린 자전적 소설 그런 생활

 

이현석 작가님 작품, 낙태죄와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소설 다른 세계에서도

 

 

김초엽 작가님의, 상상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가공의 공간과 소외된 존재에 대한 소설 인지 공간

 

장류진 작가님의, ‘운전 연수라는 소재를 통해 앞 세대에게서 독립하려 하면서도

기대고 싶어 하는 이중적 심리를 그린 소설 연수

 

장희원 작가님이 쓰신, 아들의 성적 지향점과

그들에게 아들을 영영 잃은 것 같은 혼란스런 심정을 그린 소설 우리의 환대

 

 

모두 너무 잘 읽었습니다. ^^

 

 

 

 

 

 

 

 

네가 나를 이해해줘야지. 네가 아니면 누가 나를 이해해줘.
['음복' p.25]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녀의 이름으로 나온 글이나 번역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십 년 전의 내 눈에는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강해 보였던 그녀가 어디에도 자리잡지 못하고,

글이나 공부와 무관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때로는 나를 얼어붙게 한다.

나는 나아갈 수 있을까. 사라지지 않을 수 있을까. 머물렀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떠난, 떠나게 된

숱한 사람들처럼 나 또한 그렇게 사라질까. 이 질문에 나는 온전한 긍정도, 온전한 부정도 할 수 없다.

나는 불안하지 않았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p.86]



 

 

 

 

 

 


그리고 그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는 봉아, 곤이야, 봉곤아, 하고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사람들을 생각나게 했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나는 옅게 자주 슬프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멀어짐을 느낄 때마다 어째서인지 나는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만 같다. 그럴 때면 몹시 두려워지지만, 그건 아직은 일시적, 이라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런 생활' p.150]

 

 

 

 






내가 쭈뼛거리자 주변에서 "어서, 어서"라며 한입이 되어 보챘어요. 하는 수 없다는 듯,

콧김을 길게 내쉰 나는 머뭇머뭇 무릎을 굽히고는 허벅지 위에 손을 얹었습니다.
당신은 영영 기억하지 못하겠지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가 건넨 최초의 인사를요.
['다른 세계에서도' p.195]

 

 

 

 

 

 

 

 

 




나는 다시 검색창으로 돌아와 결국은 '교통사고'를 검색해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매일

다양한 이유로 도로에서 죽고 있었다. 나는, 이제는, 죽고 싶지 않았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죽고 싶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죽음을 떠올리면 왜 하필 지금?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 내 마음에 든 지 고작 이삼 년밖에 안 됐는데, 지금은 안 돼. 이제 와서 죽기는 싫어.

그 순간 누군가가 "주연아, 운전 같은 거 정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라고 말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됐다, 됐어. 그렇게 하기 싫으면 그냥 하지를 마"라고 비난조로 말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
['연수' p.273]

 

 

 

 

 

 

 

 






그는 아내와 자신 사이에 무언가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집에서부터 가져온 상자였다.

미처 그것을 전해주지 못한 것이었다. 상자는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그 자리에 있었다. 아내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잠시동안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아내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운전기사가

힐끗 뒤를 돌아봤다. 그는 아내가 본능적으로, 이제 영원히 아들을 잃었음을,

자신들이 도저히 좁히지 못할 어떤 경계선을 기어이 넘어버렸음을 깨닫는 중이라고 여겼다.
['우리의 환대' p.325]

 

 

 

 

 

 

 

 

 

 

 

 

 

 

 

저는 강화길 작가님 작품 음복과 장류진 작가님 작품 ‘연수’를 무척 인상 깊게 읽었어요.

 

다른 작품들도 모두 흥미로웠습니다.

 

처음 뵙는 작가님도 계시고, 책으로 이미 접해본 작가님도 계셨어요.

 

 

 

젊은 작가상 작품집2015년부터 계속 구입해 읽고 있어요.

 

1년간 특별보급가로 저렴하게 나오는 것도 좋지만,

이 시리즈를 읽으면 나날이 한국소설이 발전하는 것을 느낍니다.

 

기성 작가님 작품도 좋지만, 필력이 뛰어난 신인 작가님을 발견하는 기쁨도 큽니다.

 

 

앞으로 좋은 작가님들로 하여금 한국문학이 더욱더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2020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