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사이보그가 되다

하얀 종이 2021. 4. 6. 16:45

 

 

김초엽 작가님, 김원영 작가님의 사회학 서적 '사이보그가 되다'입니다.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쓴 김초엽 작가님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 중 한분이에요.

 

이 책도 김초엽 작가님이라서 골랐답니다. ^^*

 

 

이 책을 쓴 또 한 분, 김원영 작가님은 변호사, 연극배우, 작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계신 멋진 분이시죠.

 

 

 

'사이보그가 되다'는 청각장애를 가진 김초엽 작가님과 골형성부전증으로 인한 지체장애를 가진 김원영 작가님이

 

과학과 장애를 다루는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기술은 해방일까, 혹은 억압일까. 사이보그는 현실일까, 아니면 비유일까. 

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기술'은 정말로 장애인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까. 기술의 발전 속에서 

장애는 언젠가 사라지고 말 제거의 대상일까. 최후의 미래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장애인으로 살아갈까. 

장애인 사이보그의 삶은 현재에 관한 이야기이자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p.39]

 

 

 

 

 

 

 

 

 

 

 

 

 

 

 

질병과 장애를 치료하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장애를 가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장애를 치료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손상'을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회의 지배적인 관점이라는 것이다. 치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관점은 현실에서 장애인들이 

지금보다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지워버린다.

[p.81]

 

 

 

 

 

 

 

 

 

 

 

 

 

낙인이 강력한 사회일수록 장애와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감추기를 선택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 세계에서는 기계 몸을 드러낸 사이보그들이 거침없이 활보하지만, 우리의 현실 세계 속 사이보그들은 

자신을 끊임없이 감추고 숨긴다. 장애인 사이보그는 첨단 기술의 최전선처럼 조명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이보그들의 삶에는 '사이보그 낙인'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p.135]

 

 

 

 

 

 

 

 

 

 

 

 

 

 

 

 

기술과 의학의 영역에서 장애는 교정과 치료의 대상이었다. 장애인의 신체는 오직 재활과 치료를 향해

 나아갈 때만 적절하게 여겨졌다. 교정의 대상인 몸을 가진 장애인들은 고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고,

재활과 치료라는 억압에 처했으며, 많은 경우 교정에 실패한 자격 없는 인간으로 전락했다. 과학의 정보가 언제나 

장애인 삶의 진보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으며, 기술에 대한 기대는 때로 장애를 대상화하고,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기여해왔다. 산전 검사, 유전자 치료, 인공 와우, 보철과 같은 진보한 기술들은 종종 

장애의 존재를 아예 제거하거나, 장애를 '유능하게' 교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p.182]

 

 

 

 

 

 

 

 

 

 

 

 

 

 

 

우리는 타인의 삶이 각자 너무나 고유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잊는다. 어떤 주관적 세계는 

그 세계를 직접 경험하며 살아가는 사람조차도 전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간 보편의 삶에 대한 해석이 수도 없이 주어져 있지만 결국은 모든 사람이 각자 고유한 삶의 문제로 고민하는 것처럼, 

그 보편의 해석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 세계를 설명하는 일이 훨씬 더 힘들다. 

여기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생겨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차피 우리는 서로의 삶을 상상하는 일에 

실패할 수밖에 없으니 모든 것이 무의미한 걸까? 나는 그 질문에 답을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타인의 삶을 

애써 상상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고 쓰면서 하게 된 생각이다.

[p.260]

 

 

 

 

 

 

 

 

 

 

 

 

 

 

 

 

 

이제 나는 우리가 다른 미래에 도달하는 상상을 한다. 그 미래는 건강하고 독립적인 존재들만의 세계가 아니라 

아프고 노화하고 취약한 존재들의 자리가 마련된 시공간이다. 그리고 서로의 불완전함, 서로의 연약함, 서로의 의존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세계이다. 그곳에서는 삐걱대는 로봇도, 허술한 기계 부품을 드러낸 사이보그도 

완전한 타자가 아닐 것이다. 그들은 미래의 일부일 것이다.

[p.283]

 

 

 

 

 

 

 

 

 

 

 

 

 

 

 

사이보그의 삶이 실제로는 이질적인 것들 사이의 불화, 염증과 불쾌감, 모순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경험 역시 끊임없는 불화의 연속이다. 어떤 투쟁은 이 장애를 구성하는 세계를 향하지만,

 또 어떤 투쟁은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개인의 고유한 고통을 향한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나는 

그 불화 속에서 어떤 모순적인 좋은 것들도 발견하고 싶다. 삶은 불행하거나 행복하기만 한 것이 아니며 불행한 

동시에 행복하다고, 슬프고 또 아름답기도 하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불완전함은 때로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나는 이제 그 사실을 조금은 기쁘게 받아들인다.

[p.358]

 

 

 

 

 

 

 

 

 

 

 

 

 

 

 

 

 

 

 

 

 

 

예전에 김초엽 작가님 인터뷰에서 청각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원영 작가님은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이시구요.

 

 

예전의 사회에서는 대개 장애라고 하면 치료해야 하고, 교정해서 사라지게 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장애는 사실 쉽게 없어지는 개념이 아니고, 그것은 불편하지만 오래 갖고 가야 하는 덩어리와 같은 것입니다.

 

 

저도 지체장애인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각종 보조기기를 쓰고, 리프트와 경사로를 쓰는 사이보그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이용하며 산다고 해도 일상생활이 전혀 불편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에,

 

항상 더 좋은 기기와 기술이 등장하길 기대합니다.

 

 

 

심재신 박사님의 토도웍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등등..

이 책은 장애인으로서

 

공감할 만한 내용이 무척 많아 좋았습니다.

 

 

이 세상이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 더욱 유연하게, 불완전함을 포용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초엽 작가님, 김원영 작가님의 사회학 공저 사이보그가 되다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