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박애희 작가님의 수필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입니다.
다산북스 서평단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에요.
다년간 다큐멘터리와 라디오 작가, 수필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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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시는 박애희 작가님의 수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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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 속에서,
시와 영화와 TV드라마 같은 작품들 그리고 아이의 노래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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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무명의 시절을 견딘 배우의 감동적인 시상식 수상소감과 떠난 가족과의 추억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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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이야기를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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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과 마주한 상대에게 바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다 이해한다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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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힘겨운 시간을 잘 견디고 있는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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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희 작가님은
이 책에 수많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따스한 위로의 문장들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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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건넵니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이제는 믿는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던 끝이 아닐지라도, 고통이 완벽하게 사라질 순 없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삶은 다시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시련의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이전보다 단단하고 깊어진 나 자신을 느끼게 되는 날도 온다는 것을.
다시 장마가 찾아오는 날, 이 진실들을 복기하며 전보다 조금 더 그 시간을 잘 견뎌내보고 싶다.
[p.49]
나에게, 나를 사랑하는 이에게,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 무엇보다 '살아 있다는 것'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한다. 제대로 건강하게
'살아 있기' 위해서, 때때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최대한 중단하고 막아가면서 살아야지 다짐한다.
견디는 일을 과감하게 멈추기로 약속한다.
[p.80]
내내 행복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지나간 모든 시간이 핑크빛으로 채워진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그 안에서 복잡다단한 시간을 보내며 슬픔과 분노와 실망과 절망과 외로움과 서러움과
기쁨과 감동을 번갈아가며 느낀다. 우리는 절망과 슬픔으로 채워진 어떤 시간 때문에
인생 전체를 불행하다고 판단하기보다, 힘겨웠던 시간 속에서도 분명히 존재했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떠올리며 행복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p.126]
주변에 비난과 멸시는 우리를 자주 주눅 들게 한다. 때문에 '내가 최고야'라는 마인드가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가지기 어렵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자부심은 위험하겠지만,
실력을 갖추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해왔다면, 또 애쓰고 있다면 조금 더 당당해져도 괜찮다. 남들이 '자뻑'이라고
말할지라도, 나를 최고로 믿는 그 힘이 많은 태클을 피하게 해줄 테니까. 나를
함부로 대하려는 누군가에게 그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게 해줄 테니까.
[p.160]
살면 살수록 산다는 일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회를, 젊음을,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을
하나씩 보내고 잃어버리며 영원할 수 없는 생의 속성 앞에서 누구나 슬픔을 느끼며
고통과 불안을 견뎌낸다. 그런 의미에서 슬픔에 관한 한 우리는 모두 동지가 아닐까. 타인의 슬픔 앞에서
우리가 걸음을 멈추었던 건 그래서였을 거다. 슬픔을 연대하면서 외로웠던 우리는 잠시
하나가 된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견디며 살아가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p.186]
소중하고 애틋한 관계들을 변함없이 지켜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살면 살수록 영원한 관계라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가 속한 시간과 상황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때
나눈 고민과 이야기는 아득한 과거가 되고, 인생의 많은 사건과 사고들을 감당하고 겪어나가는 중에, 서로를 오해하고
원망하고 체념하는 사이, 누군가는 나를 떠나고 나 또한 누군가를 보낸다. 흩어진 인연 사이로
또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것이 삶의 한 과정임을 나는 이제 잘 받아들이고 싶다.
[p.238]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외면하지 않았다. 한 번씩, 이놈의 인생은 왜 그렇게 고단한 거냐고, 언제 좀
마음 편해지는 날이 오느냐고, 번쩍번쩍 화려한 날이 내게는 있느냐고 누군가에게
투정을 부리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우리의 몫을 성실히 해왔고 해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들의 인생에서 누구나 영웅이다.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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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시간, 학업, 투병생활, 직장생활과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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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은 힘듭니다.
그것을 대신 해줄 수 없기에 더 안타깝죠.
그런 사람들에게 작가님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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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몫을 성실히 해오고, 자기 자리를 온전히 지키고, 내 사람들을 위로하고 챙기며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강한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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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마다 그렇게 우리네 인생을 지키는 영웅이라고.
어렵고 지루한 책이 아닐까 하는 걱정과는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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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박애희 작가님 책은 처음인데, 문장이 부드러워서 책을 읽는 내 마음도 편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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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덮친지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 책이,
답답한 마스크 속에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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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나마 편안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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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희 작가님의 에세이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