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태양
김혜정 작가님의 소설집 '한밤의 태양'입니다.
네, 맞아요...
바로 제가 쓴 책입니다. ^^//
저는 2014년 동서문학상에 단편소설 ‘엘리베이터’가 당선되면서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델피노 출판사와 인연을 맺게 되어
저의 첫 소설집을 출간하게 되었어요.
책 표지도 너무 이쁘죠? ^^*
소설집 '한밤의 태양'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예측불가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청각장애인 손님이 한 레코드매장에서 오래전 록밴드 음반을 찾는 이야기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
스웨덴 남자 제임스와 한국 여자 지연의 사랑 '한밤의 태양'
밤낮으로 성(性)이 바뀌는 친구 '중요한 이야기는 다음에'
지방에 사는 여중생 수빈의 최애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 도전기 '보고 싶다'
검은 유령 바이러스에 점령 당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문앞에 두고 가세요'
자신의 꿈과는 달리 한때 인기가수로 살았던 '나'의 애틋한 첫사랑 이야기 '달빛 아래서'
특별한 이유로 의대를 자퇴하고 요리사의 길을 선택한 미용실 손님 '블루블랙'
어릴적 친하게 지낸, 서번트 증후군을 앓던 친구 '모자라거나 넘치거나'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을 관찰하는 나이 많은 이팝나무의 이야기 '이팝나무 가로수 길에서'
정말 열심히 쓴 소설...
책으로 만나니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
그것이 바로, 그 친구만의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이겠죠.
그녀의 피부와 혈관을 타고 강렬한 록 비트가 흐르고, 눈앞에 반짝이는 불꽃이 쉴 새 없이
터져나갈 테죠. 빗물을 가득 머금은 야성적인 정글 냄새가 코를 찌를 테고,
록 밴드 공연의 화려하고 황홀한 공기가 온몸을 감쌀 것입니다.
그 긴 생머리 친구는 그렇게, 자신만의 정글 속에서 헤비메탈을 들을 것입니다.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 p.34]
스웨덴의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밤이 생겨요.
스웨덴에서는 그 하얀 밤을 Midnight Sun, 한밤의 태양이라고 불러요.
한밤의 태양이라고 해도 대낮처럼 밝은 건 아니고,
초저녁처럼 붉고 흐린 하늘이 밤 내내 이어지는데
스웨덴 사람들은 그 시간에 대부분 잠을 자요.
태양이 떠 있어도, 밤이니까.
밤에는, 자야 하니까.
['한밤의 태양' p.46]
나는 기철, 아니 레일라의 손등에 내 손을 포개었다. 그녀의 손은 선이 고왔지만
시골길처럼 거칠고 단단한 굴곡이 느껴졌다. 인생의 수많은 경험이 스쳐 지나간 자국이
남겨진 손이었다. 삶은 누구에게나 그랬다. 기철에게 다가온 삶 또한 그러했다. 결코 쉬운 삶이 아니었다.
밤낮으로 성(性)이 바뀌는 삶은 두 사람의 인생의 무게를 오롯이 혼자서 견뎌야 하는 삶이었다.
['중요한 이야기는 다음에' p.95]
수빈은 저만치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이를 향해 용감하게 돌진하는 여전사가 된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열정을 쏟으며 누군가를 열렬히 응원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적이 있었을까. 어른들은 연예인 덕질하는 게 무슨 사랑이냐며, 유치한 짓 좀 그만하라고
다그쳤지만, 수빈은 팬심을 품고 달리는 덕질을 멈출 수 없었다. 열네 살, TV에서 우연히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버린 보이보이. 수빈은 매일 그들의 음악을 듣고, 브로마이드와 포토카드와 화면 속 그들을 보고,
유준과 로맨틱한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하고, 그들이 나오는 꿈을 꾸며 잠들었다. 누가 뭐라 하든, 수빈에게
있어서 보이보이는 사랑이었다. 사랑을 멈출 순 없었다.
['보고 싶다' p.128]
"북아메리카, 유럽에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유령 바이러스'는 사람들 간의 접촉이나
왕래로 인해 쉽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물건이나 장소, 자동차 등
각종 이용시설에서도 전파되는 것이기 때문에 청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감염 증상으로는 발열, 기침, 하품, 딸꾹질, 웃음, 상황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 등을 보인다고 합니다."
['문앞에 두고 가세요' p.143]
행복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게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 게 정말 온전한 내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이게 내가 그토록
바라던 꿈이었는지도 말입니다.
['달빛 아래서' p.191]
유리는 습관처럼 말하곤 했다.
"난 그림 그릴 거야. 돈을 잘 못 벌어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싶어.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 내가 스스로 원하는, 그런 삶."
['블루블랙' p.217]
어릴 적부터 아픈 걸 잘 참았던 내가 어쩌면 그런 상처가 주는 고통 따위를 너무 잘 참아서,
혹은 그 시절의 상처가 내게 너무 깊숙이 새겨져서 나조차도 그 상처를 모르는 게 아닐까.
자기가 다친 줄도 모르고 사는 내가 진짜 '모자란 녀석'이 아닐까.
어쩌면, 자기만의 모자라거나 넘치는 세상을 사는 건 그 친구가 아니라 내가 아닐까.
['모자라거나 넘치거나' p.257]
당신도 어서 시작해.
공부든, 여행이든, 사랑이든.
자신의 삶을 한층 더 눈부시게 빛내줄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열정적인 여름이 다가와
온 대지와 하늘을 뜨겁게 달구기 전에.
지금이 아니면 꽃은 이내 지고 말 테니.
지금이 아니면 봄은 순식간에 흘러가 버릴 테니.
['이팝나무 가로수 길에서' p.288]
저는 어릴적 큰 사고를 겪고 장애인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 사고로 인해 인생 자체를 무너지게 할 순 없었기에
나름 노력하며 살았고,
이렇게 소설가라는 꿈도 이루게 되었어요.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살고, 별의별 사건사고들이 일어나죠.
소리를 듣지 못해도 음악을 느끼는 방법, 외국인과의 사랑,
이해하기 힘든 몸을 가진 친구, 힘겨운 콘서트 티켓팅, 기묘한 바이러스,
어릴적 첫사랑, 명문대 자퇴생, 아픈 친구와의 트라우마,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나무...
제가 쓴 '일어날 수도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
저는 혼자 있는 시간에도 제가 쓰는 소설들 덕분에 심심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저만 알고 있던 이야기가
우리가 아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게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소설, 열심히 쓰겠습니다. ^^
저의 첫 소설집 '한밤의 태양'
많이 읽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