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衣]
한 나라의 민속 의상은 그 옷을 만들어 낸 풍토와 어우러지면 그 어느 옷보다 아름답습니다.
한복과 기모노, 두 나라 옷은 다 아름답죠.
한복과 기모노는 의상학적으로도 소매가 몸체와 직선으로 연결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허리의 선을 드러내지 않고 감춘다는 것도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흐트러짐 없이 절제된 긴장으로 몸을 감싸는 일본 여인의 기모노와 달리
한국의 치마저고리는 자유로움과 여유를 그 기본으로 합니다.
기모노는 무엇보다도 걸음걸이를 부자연스럽게 할 만큼 몸을 감싸는 옷이죠.
그렇게 몸에 붙인 옷에 또 오비로 허리를 조여 붙입니다. 입는 사람의 자제를 요구하는 옷입니다.
그리고 기모노 안에는 속옷을 입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다 입습니다.
한복의 헐렁함과 여유가 자유를 지향한다면 기모노는 입는 사람의 긴장과 자제를 필요로 하는 옷입니다.
그렇지만, 기모노에도 그 팽팽한 긴장감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 있어요.
미혼의 젊은 여성들이 입는 '후리소데(길고 넓게 옷소매를 늘어뜨린 기모노)'가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다만 소매의 변형일 뿐 몸에 긴장을 주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기모노는 몸에 옷을 붙이는 것만이 아니에요. 옷의 밑 가장자리를 접어 넣어 무게를 줌으로서 옷의 선을
아래로 향하게 합니다. 옷의 모든 선이 직각에 가깝게 바닥을 향하고 있습니다. 몸에 조여 붙이면서
어깨와 힙의 폭을 따라 직선으로 흘러내리는 기모노의 선은 그렇게 땅으로 향합니다. 이 모습은 입은 사람을
보다 꼿꼿이 선 느낌이 들게 하면서 지면(地面)과 옷을 직각으로 만나게 합니다. 기모노의 긴장감이나
단정한 느낌은 여기서 옵니다. 땅을 향한 옷인 것입니다.
그러나 한복은 하늘을 향한 옷입니다. 한복은 무엇보다도 흩날리는 옷이죠.
한 점 흐트러짐 없이 몸에 붙여 입어야 하는 기모노는 바람이 불어도 날리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한국은 아주아주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한복을 입는 경우가 없죠.
그러나 일본은 조그만 행사에도 기모노를 차려입는 여성을 종종 보게 되는데요.
우리나라도 우리 옷, 한복을 조금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