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님의 소설 '티티새'입니다.
개정판이 나오기 전의 2003년에 나온 책인데.. 저는 개정판보다 이 하늘색 커버의 '티티새'가 왠지 더 좋아요. ^^*
바닷가마을의 이모네 여관에서 엄마와 살던 마리아는 주말에 만나 월요일이면 헤어지는 아빠가 있습니다.
바로 마리아의 엄마가 그의 후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마리아는 결코 어둡게 자라지 않았어요. 오히려 사촌 요코 언니와 츠구미 덕분에 더 밝고 씩씩하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도쿄의 대학에 합격한 마리아는, 전처와의 관계를 정리한 아빠와 엄마와 드디어 함께 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마리아에게로 츠구미가 전화를 합니다.
여관이 문을 닫게 될 거라고... 마지막이니 여기서 여름방학을 보내라고...
그래서 마리아는, 유년시절을 보낸 그곳에서 마지막 여름을 보내게 됩니다.
바다란 정말 신기한 것이어서, 둘이서 바다를 향하고 있으면 잠자코 말없이 있든 조잘조잘 수다를 떨든 상관없어진다.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파도 소리도, 바다의 표면도, 아무리 거칠게 꿈틀거려도 절대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p.29]
쿄이치는 달라요.
몇 번을 만나도 싫증이 나지 않고, 얼굴을 보면 손에 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발라주고 싶을 정도로, 좋아요.
[p.123]
축제 때가 아니면, 축제의 밤의 공기는 생각나지 않는다. 사소한 것 하나만 빠져도 완전한 이미지와, '이 느낌'은 되살아나지 않는다.
내년 이맘때쯤, 나는 또 이곳에 있을까.
아니면 도쿄의 하늘 아래서, 그리워만 하면서 기억 속의 불완전한 축제를 떠올리고 있을까. [p.132]
올여름에도 이렇게 눈부심으로 가득하고,
그 잔광이 서쪽 수평선을 반짝반짝 비추며 아낌없이 저물어가는 바다를 몇 번이나 보았던가. [p.159]
서늘한 바람 속에서, 희미한 바다 냄새를 느꼈다. 이 반도에서는, 바다가 온 동네를 감싸고 있는 것 같다.
밤길을 걸으면서, 조금 울고 싶어졌다. [p.186]
마리아의 눈을 통해 '티티새'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여기서는 마리아의 사촌 츠구미의 캐릭터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츠구미' 이름의 뜻이 '티티새'이기도 해요. 다른 말로는 '개똥지빠귀'라고도 하죠.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어른들이 오냐오냐 받아줘서 되바라진 채로 커버린 츠구미는
자기집 여관이 문을 닫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인 호텔 주인 아들 쿄이치와 사랑을 하게 되죠.
아이스크림을 얼굴에 발라주고 싶을 정도로 츠구미가 좋아하는 쿄이치. ^^*
쿄이치의 강아지로 인해 복수극을 펼치면서 병원에 다시 입원해 죽을 고비를 넘긴 츠구미는
항상 높은 열에 시달리면서도 삶을 붙잡아야 하는 줄타기 인생에서 삶의 앞으로 돌아와
이제는 희망과 사랑의 세상을 보게 된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제가 일본소설에 흥미를 갖게 된 것도, 일본학을 전공하게 된 것도 그리고 소설을 쓰게 된 것도
어쩌면 이 책 한권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말 많이 읽었어요. 페이지가 너덜너덜해질 만큼...ㅋㅋ;
그리고 츠구미의 4차원 성격이 나랑 너무 닮아서... 내 친구 마리아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ㅋㅋ
제게 너무도 특별한 소설이라, 개정판이 나와도 못버리겠어요. ^^;
여름이 그리워질 때, 바다가 보고플 때 읽는 소설 '티티새'
소녀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권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