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원더보이

하얀 종이 2015. 11. 10. 16:12

 

 

 

김연수 작가님의 장편소설 '원더보이'입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과일을 파는 아버지와 살고 있던 정훈은 어느 날 저녁,

 

장사를 마치고 아버지와 함께 과일 트럭을 몰고 집으로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병원에서 깨어났을 땐 이미 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그는 국민적인 영웅인 '원더보이'로 거듭나게 되죠.

 

그 이유는.. 아버지의 차와 정면으로 충돌한 차량에 북에서 보낸 간첩이 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훈은 그를 찾은 권대령의 뭔가 석연치 않은 설명에 의구심을 가지지만

그가 알 수 있는 진실은 딱 권대령이 말해주는 거기까지만.. 입니다.

 

사고를 당하고 거의 죽음 직전의 문턱에까지 갔던 정훈은 그 후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생각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됩니다.

 

 

송년특집 방송 '원더보이'에 나가 얼떨결에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알린 정훈은 

 

 초능력을 이용해서 수사를 진행하는 정부 부서로 끌려가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가까스로 그곳에서 탈출하여 그가 찾아간 곳은 예전 병원에 있을 때 간호병으로 자신을 간호하던 선재 형의 학교였어요.

 

 

선재형과 강토형, 출판사를 운영하는 재진 아저씨 그리고 정훈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엄마의 실체에 가까워지면서

 

정훈은 사고 후 겪었던 트라우마에서 점점 벗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평범하지만 행복한 삶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웃으면 이제 세상이 군과 함께 웃겠지만, 울면 군 혼자 울 것이다. 군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이 세상과 더불어 웃든지, 아니면 혼자 울든지." [p.28]

 

 

 

 

 

 

 

 

 

 

 

 

 

 

 

 

 

하하하, 이런 경우를 당하고도 평범한 사람으로 살기를 바란다는 건가?

특별해지기를 원해야지. 보통의 존재로 생을 마친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지.

특별해지는 게 필요해. 우리는 중요해져야만 해. 원더보이가 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야지.

매순간 삶이 놀라움으로 가득 차기를.

네가 원더보이인 한은 누구도 네 안의 놀라움을 짓밟거나 파괴할 수 없어.

[p.87]

 

 

 

 

 

 

 

 

 

 

 

 

 

 

 

 

봄을 만끽하려고 나가려는 우리에게 어른들은 소리쳐. 아직은 봄옷을 꺼내입으면 안 돼.

 이런 시기에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믿어서는 안 되는 거야. 봄바람도, 햇살도 믿어서는 안 돼. 지금 생각하면

그 말들은 다 옳았어. 봄은 왔지만, 그건 진짜 봄이 아니었으니까. 12월의 따뜻한 날들 같은 것이었지.

진짜 겨울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던 거야. [p.166]

 

 

 

 

 

 

 

 

 

 

 

 

 

 

 

 

 

 

 

 

처음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때, 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깨진 유리처럼 날카롭게,

세밀화처럼 선명하게, 해와 달처럼 유일무이하게 내 눈과 코와 입과 귀와 몸에 와 닿는 모든 것들은 아름다웠다.

평범해지고 나서야 나는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나를 외롭고 가난한 소년으로 만들었다.

[p.217]

 

 

 

 

 

 

 

 

 

 

 

 

 

 

 

 

 

 

모든 건 너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 원하는 쪽으로 부는 바람을 잡아타면 되는 거야.

절대로 네 혼자 힘으로 저 봉우리를 넘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혼자서는 어디도

갈 수 없다는 걸 기억해. 너를 움직이게 하는 건 바람이란다.

너는 어떤 바람을 잡아탈 것인지 선택할 수 있을 뿐이야. [p.300]

 

 

 

 

 

 

 

 

 

 

 

 

 

 

 

 

 

 

 

 

 

 

 

 

정훈은 결코 자신이 특별해지길 원하지 않았는데, 사고 이후 '원더보이'가 되어

 

다른 이의 생각을 읽는 삶을 살게 되죠.

 

저도 어릴 적에는, 지금도 가끔은 그런 능력이 내게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하곤 해요.

 

하지만 정말 그런 능력이 생겨 특별해진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정훈은 다른 이의 생각을 읽는 원더보이가 된 삶보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을 하나하나 아빠와 소곤대던 평범한 삶이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모든 이의 마음을 읽는 삶보다, 아빠와 마음을 나누던 삶이요.

 

 

평범이 곧 특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소설 '원더보이'

 

수만 개의 별들과 우주와 세상이 함께 하는 삶에 대해 더욱더 특별하게 생각하며 삽시다.

 

더욱더 내가 되고 네가 되고 사랑이 되는 삶을 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