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스무 살

하얀 종이 2016. 1. 8. 10:51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집 '스무 살'입니다.

 

원래 나온 '스무 살'이란 책에서 단편 몇편을 더하고 화사한 표지도 새로 입혀서

 

 15년만에 다시 나온 '스무 살' 개정판입니다.

 

새해 들어 소설로는 처음 만난 책.

 

어떤 이들은 제목이 너무 시시하다고 하던데...

 

저는 너무 좋아요. 스무 살~*^^*

 

 

스무 살, 마지막 롤러코스터, 공야장 도서관 음모사건, 사랑이여 영원하라, 뒈져버린 도플갱어,

 

구국의 꽃 성승경, 죽지 않는 인간,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1954년, 두려움의 기원.

 

이렇게 9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소설집.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소설 그리고 너무너무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님..

 

두근두근 설렘을 안고 첫장을 펼쳤습니다.

 

 

 

 

 

 

 

 

 

 

 

 

 

 

 

 

 

 

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하늘과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넣고 저희끼리만 저만치 등뒤에 남는 것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p.9]

 

 

 

 

 

 

 

 

 

 

 

 

나이가 든다는 건, 변하느냐 변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변한 자신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의 문제였다.
[p.50]

 

 

 

 

 

 

 

 

 

 

 

우리는 날아올랐다. 그날 우리가 본 건 무엇인가?

우리의 것이 아닌 나라,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별빛, 다시 돌아오지 않는 나날.

우리는 한계를 넘어서고 싶었다.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산산이 부서지기를,

한계라도 경험하기를,

무엇도 얻지 않고 무엇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p.70]

 

 

 

 

 

 

 

 

 

 

 

 

가장 멋지게 사는 건 가장 멋지게 죽는 거야. [p.164]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런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니 마음이 허전했다. 그렇다면 믿어주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고. 나는 다짐했다.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거라고. [p.205]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 법이었다. 남이 알아도 별 상관없다는 듯이

자신이 살아온 얘기들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사람들. 그런 사람과 몇 시간만 보내고 나면

상대의 마음도 열렸다. 재주라면 아주 독특한 재주였다.

[p.306] 

 

 

 

 

 

 

 

 

 

 

 

 

 

 

 

 

 

 

자전적인 분위기의 소설과 판타지가 가미된 소설이 한데 엮인 소설집 '스무 살'을 읽으면서..

 

저절로 저의 지난 '스무 살'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서툴지만 설레고, 약간 우울하지만 싫지만은 않았던 스무 살 시절..

 

 

 

김연수 작가님은 15년만에 이 개정판을 발표하면서

 

그 시절의 작품 속 군더더기들을 손봤다고 하셨어요.

 

작가님 표현에 의하면 '문장이 장황하고 표현의 낭비가 심했다'고.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과거의 작품이 그렇듯, 누구에게나 '스무 살'은 다 그렇지 않을까요.

 

장황하고 무모하고 허세 가득했던 스무 살...

 

 

 

이 책이 처음 나온 시절의 저는

 

'김연수'라는 소설가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던 철부지 10대..

 

이렇게 나이를 먹고 처음 아닌 처음으로 만난 김연수 작가님의 '스무 살'도

 

어쩌면... 굉장한 인연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 

 

40대 중반이신 김연수 작가님은 자기 글을 읽는 스무 살 청춘들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고 기쁜 일이라고 하시네요.

 

어쩜~ 감성을 촉촉이 적시는 작가님의 이야기... 너무 감동스럽고.. 좋아요. ^^* 

 

 

 

2016년, 저도 부지런히 소설을 쓰겠습니다.

 

김연수 작가님처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