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작가님의 소설집 '대성당'입니다.
저번에 작가님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고 나서..
뭐랄까.. 재밌다기보다는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더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르다가
'대성당'이 레이먼드 카버 소설 중에서도 유명하고, 제가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님이 번역하신 책이기도 해서
얼른 장바구니로~^^*
깃털들, 셰프의 집, 보존, 칸막이 객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비타민, 신경써서, 내가 전화를 거는 곳, 기차, 열, 굴레, 대성당.
열두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책.
읽는 덴 얼마 안 걸렸는데 왠지 천천히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단편소설들.. 재미있었습니다.
그는 말했다. 미안해, 하지만 내가 딴사람처럼 말할 수는 없는 거야.
나는 다른 어떤 사람이 아니니까. 만약 내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분명히 여기에 있지도
않았겠지. 내가 다른 누군가였다면 나일 순 없잖아.
하지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모르겠어? [p.52]
두 사람은 나란히 주차장을 빤히 쳐다봤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제 그들은 서로의 가슴속까지도 느끼는 듯했다. 마치 걱정을 많이 하다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온몸이 투명해진 사람들처럼.
[p.105]
"어쨌거나 뭔가 하긴 해야지. 일단 이것부터 해보는 거야. 만약 그래도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그게 인생이야.
그렇지 않아?" [p.163]
"진실로 맺어진 것은 절대로 다시 풀리지 않아."
[p.227]
"자네 인생에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겠지.
그렇지 않나, 이 사람아? 그러기에 삶이란 희한한 걸세, 잘 알다시피."
[p.309]
솔직히 '대성당'이라는 제목의 느낌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어요.
그런데.. 읽어보니 책의 단편들 중 저는 '대성당'이 가장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이런 상황도 일어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
그리고 김연수 작가님이 번역하신 책이라 그런지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것도 느꼈어요. ^^*
특히 소설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인상깊은 단편 '목욕'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 좋았어요.
이제, 제가 좋아하는 작가 목록에 '레이먼드 카버' 작가님의 이름도
올려야 할 것 같아요. ^^
인생의 감동과 재치를 아는 레이먼드 카버 작가님,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