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작가님의 에세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입니다.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설과 수필을 쓰시는 백영옥 작가님. ^^
저 또한 백영옥 작가님의 글을 참 좋아하는데, 이 책은 더더욱 마음이 끌렸습니다.
표지도, 제목도 맘에 들었지만.. 그보다 더 개인적인 이유는, 제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친구 별명이 ‘앤’이었거든요. ^^
물론 남자...ㅋㅋ
주근깨에 빼빼 마른 몸이 빨강머리 앤이랑 비슷해서...ㅋㅋㅋ
동화도 좋지만... '빨강머리 앤'은 저도 만화가 더 좋아요. ^^
백영옥 작가님이 어린 시절 좋아하셨던 그리고 지금까지도 위로가 되어주는 만화 ‘빨강머리 앤’
어릴 적에는 모르고 그냥 보기만 했던 ‘빨강머리 앤’이 백영옥 작가님의 이쁜 글과 어우러져,
어른이 되어버린 저에게도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p.8]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보다 중요한 건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아는 일이다.
세상을 천천히 응시하는 일은 나의 마음을 꼼꼼히 읽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정말로 ‘나의 야망’인가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몰려 쫓기듯 하고 있는 일을 자기 의욕으로 착각하고 나를 소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는 일이다. [p.55]
우리가 사랑이란 명사에 '빠졌다'는 조금 특별한 동사를 쓰는 건 사랑이 '젖어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나와 만나, 크나큰 낙차를 경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에 풍덩~ 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쿨'하고 '드라이'한 사랑 같은 건 이제 잘 믿지 않게 됐는데,
그건 물기가 없는 곳에선 어떤 생명도 자라지 않는 이치와 같다. 생명이라곤 자라지 않을 것 같은 사막에
선인장이 존재하는 건, 어딘가에 있을 오아시스 때문이다. 진짜 사랑은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p.113]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잘 안 되는 거다. 중요한 건 실수를 자기 몫으로 감당해내는 것이다. 어쩌면 그 사람만 하는 특이한 실수가
그 사람의 캐릭터가 되기도 하니까. 못하는 걸 잘하려고 자책하며 노력하는 일보다, 잘하는 걸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정성을 쏟는 일이 어쩌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p.151]
꿈과 현실. 그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우리의 삶이 두부를 자르듯
명확히 잘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살면서 어떤 종류의 고통을 참을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p.170]
앤의 말처럼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쩐지 쓸쓸한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는 것은 매혹적이다.
어른은 자신의 상상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결실로 맞이할 수 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외롭고 힘든 과정이긴 하지만, 아이가 아닌
어른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일들일 것이다.
[p.262]
문득 인생의 절정이 놓여 있는 순서를 바꾸고 싶단 생각을 한다. 계절의 순서, 나이를 먹는 순서, 요일의 순서처럼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을 말이다. 그것이 도무지 실현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자꾸만 이런 엉뚱한 상상들을 하게 된다.
빨강머리, 내 안의 오랜 소녀가 아직도 살아 있는 것처럼. [p.319]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이 멜로디와 노랫말,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요. ^^
저 노랫말의 ‘앤’ 부분에, 앤을 닮았던 그 친구 이름을 넣어 몰래 부르던 기억이 나네요. *^^*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이 이런 내용이었구나.. 이런 감동적인 말을 했었구나...
새롭게 이해하며 읽어내려간 책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마치 어릴 적 친구가 그 시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타나 지금의 저를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기분이었어요. ^^
반갑고, 고마운 내 친구, 앤.
아무리 현실이 고달프고 아파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그 현실에서 배우면
앤처럼 왈가닥 소녀에서 어엿한 어른으로 바람직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느꼈습니다.
어른이 되어버린 내게 어린 시절의 ‘앤’과는 또 다른 감동과 위로를 선물해준 ‘앤’
빨강머리 앤처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