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정기린 작가님의 에세이 '당신이어서 가능한 날들이었다'입니다.
너무 이쁜 이름을 가진 작가님~
서점을 서성이다 작가님 이름이 독특해서 그 앞에서 멈춰서서 앞에 조금 읽어보다.. 구입하게 된 책입니다.
원래 신인작가의 첫 책은 작가님 본인도 이게 잘 될지 확신이 없을 것이고,
그 책을 구입하는 독자도 가난한 정보에 그저 호기심과 모험심만 품고 그 책을 읽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 첫 만남은 실망하게 되기도 하고, 좋은 첫인상을 얻고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기도 하는데...
'당신이어서 가능한 날들이었다'는 후자였습니다. ^^
정기린 작가님의 책 '당신이어서 가능한 날들이었다'는
한 남자의 한 여자를 향한 사 년간의 사랑을 써낸 연서입니다.
그 사 년의 긴 시간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에 빗대어 쓴 글이에요.
남자가 쓰는 러브레터...^^*
남자가 쓴 글인데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읽으면서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짓다 때론 뭉클.. 했습니다. *^^*
그날의 내가 다시 한번 그대를 스쳐지나게 되거든, 나는 그때도 꼭 한눈에 당신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때는 세상의 끝에 다다른 이방인 여행자가 마음의 소리에 자신을 내던지는 지혜와 용기로, 꼭 내가 먼저 다가가겠습니다.
[p.29]
단 한 번도 명확한 방향을 알 수는 없었지만 또 완전히 길을 잃어버린 적도
없어왔던 그 길을, 나는 앞으로도 걷고 끝끝내 걸어낼 겁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 누군가를 맞이하여 동행하기를 선택한다면, 의심할 여지없이 나는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기꺼이, 나와 함께 그 순례길을 걷는 당신이 변해가는 모습을 기록하고
그보다 더 오래 기억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p.62]
당신과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들이 되게 할게요.
우리가 함께하도록 허락된 순간들을 낭비하지 않을 테며, 복잡한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영혼을 위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내가 보여주고 당신도 알게 할게요. [p.81]
지워내고 지워내다보면 종내 그 자리에는 진실만이 남겠으니, 그날에는 비로소 이 사랑도 진실이 될 수 있겠지요.
그날에 내가 당신 앞에 서면, 다시 한번 날 안아주시겠습니까. [p.100]
이제는 마주볼 수 있게 된 그대의 두 눈에서, 거기에 비친 내 모습이 아니라 당신의 영혼을 만납니다.
당신이라는 타자를 온전히 헤아릴 때에야 비로소 나는 간신히 나 자신일 수 있을 것임을, 그리고 또한 내가 온전히 나 자신일 때
비로소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 것임을, 이제는 알겠습니다. [p.139]
당신이 앞으로도 넉넉한 눈물을 간직하고 살도록,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그대를 돕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가 당신의 눈물이 될 수 있도록, 하루에도 몇 번씩 기도하며 이 생을 밝혀내고 있겠습니다.
[p.191]
책 속의 사랑은, 체념으로 끝을 맺습니다.
사계절과도 같았던 긴긴 사년간의 사랑은 결국 이별로 마무리되죠.
그런데, 흔한 이별과는 다르게 이 이별은 후회가 묻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청춘의 사년이라는 시간을 당신을 사랑하며 살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축복을 빌어줍니다.
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고 말이에요.
이토록 아름다운 청년의 사랑이라니...///^^////
이 책을 저는.. 엄청 깊숙하게 몰입하면서 읽었어요. ^^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구요. 마치 내가 정기린 작가님이고, 동시에 작가님의 '당신'인 것처럼...*^^*
실제로 이렇게 지켜보는 사랑을 하게 된다면..
또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어디선가 지켜보면서 사랑하고 있다면...
그렇게 긴 시간을 견디다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정기린 작가님의 진심이 느껴져서 더욱 감성적으로 와닿는 책 '당신이어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저도 이렇게 사랑뿐만 아니라 미움과 슬픔마저도 감사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