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오다
김현우 피디님의 수필 '건너오다'입니다.
저는 ebs '다큐프라임'과 '지식채널e'를 좋아하는데, 이 프로를 연출하신 분이 내신 책이라고 해서
덥석 이 책을 샀습니다. ^^
김현우 피디님은 다큐멘터리 제작도 하시고, 번역도 하시는 작가입니다.
'출장'이라는 단어가, 저는 자꾸 '여행'으로 보이는 건...
큰 의미에서 그 두 단어가 같기에 그런 것이겠죠. ^^
김현우 피디님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미국, 영국, 이탈리아, 필리핀, 일본, 중국 등등.. 지구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기론해온 글들입니다.
나는 이제 나의 '자리'가 궁금하지 않다. '되고 싶은' 어떤 자리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그런 자리라는 것이,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목표'가 아니라 순간순간 나를 인정하며 지내는 시간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결과'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전에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는 비법 같은 건 없다는 걸 먼저 알게 되었다.
그걸 알고 나면 나와 화해할 수 있다. [p.20]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어느 시기엔가 자신이 위대하지도 근사하지도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게 꼭 본인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기에 그 깨달음은 종종 받아들이기 어렵다. 때론 수하물이 도착하지 않아 백팩 하나와 시시한 여행자
키트로 며칠을 버텨야 할 수도 있고, 내가 구할 수 있는 자전거의 안장이 너무 높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걸 가지고 그 '다음'을 살아야 한다. [p.77]
변하지 않고 늘 같은 자리에 있는 무언가는 위로를 준다.
생각해보면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대부분 변화다.
[p.136]
모든 여행은 그 말, '너는 괜찮아'라는 말을 듣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닐까?
여행에서 겪는 낯선 이의 친절이란, 한 번의 친절한 행위보다 훨씬 깊은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p.191]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가 보여주는 직선에서 곡선을 읽어내고 그의 침묵 안에서 차마 말해지지
않는 말들을 들어내는 것이다. 그건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고, 그 노력을 기꺼이 기울이는 마음이 사랑이다.
[p.229]
사람은 '기대'가 없이도 다가올 날들을, 혹은 남은 날들을 그려볼 수밖에 없다.
그건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음을, 그렇게 환하기도 했고 어둡기도 했던 자신과
비로소 화해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어떤 마음일 것이다.
[p.250]
교육방송 다큐멘터리 피디님이시라는 생각을 하고 읽어서일지...
재미있는 여행수필이라기보다는, 뭔가 배워야 할 것 같은 교육서적 같은 느낌이었어요. ^^;
책 속 내용 어딘가에서 언뜻언뜻 와닿는 부분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글 자체보다 피디님의 예리한 시선이지 않나 싶습니다.
집순이인 저는,
출장이든 여행이든 집을 떠나 오랜 시간 먼 곳에 머무는 사람들이 항상 궁금합니다.
비행기나 총 같은 것이 무섭지 않을까..
음식이 입에 맞지 않거나 혹여 큰병이 나지 않을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얽히거나 사고가 나진 않을까...
오지랖이죠...ㅋㅋㅋ;;
여행이 두렵고 낯선 저도,
여행으로 인해 좋든 나쁘든 배울 점이 무진장 많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느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배워보지 못한 그곳으로 건너가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