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은 왜
김영하 작가님의 장편소설 '아랑은 왜'입니다.
개정판이 나오기 전에 나왔던 책인데.. 저는 이 책을 병원 자선바자회에서 만났습니다. ^^
권당 500원에 파는 책더미들 속에서 발견한 책. ^^*
내가 읽고 싶었던 반가운 책~ 머뭇거리면 그사이 누가 집어갈까봐, 냉큼 집어 집으로 데려가.. 몇번이나 읽었습니다. ^^
'아랑 전설'은 이름만 들으면 잘 모르지만, 대충의 줄거리를 설명하면 "아, 그 얘기!"라고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이전부터 밀양에서는 새로 부임하는 군수마다 부임한 첫날밤에 의문의 시체로 죽어 아무도 밀양 군수로 부임하길 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조정에서 밀양 군수를 전국적으로 널리 모집하자 '이상사'라는 용감한 사나이가 자원하여 왔어요.
이상사는 부임 첫날밤에 어김없이 나타난 아랑의 원혼으로부터 억울한 죽음을 전해듣고 원한을 갚아줄 것을 약속합니다.
'아랑전설'을 토대로 소설을 쓰기로 한 김영하 작가님은
자료를 모으고, 분석합니다.
그리고 그 전래동화와도 같은 이야기를 통해
여주인공 '영주'의 실종사건 이야기를 다룬 한편의 현대소설을 완성합니다.
세상 모든 이야기에는 어떤 틈이 있다. 이 틈이야말로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다.
어떤 이야기가 덧붙여지거나 이미 있던 이야기의 요소가 사라질 때, 거기에는 언제나 작은 흔적이 남게 마련이다.
[p.16]
소설 속의 인물들은 창조된다기보다 모방된다. 어떤 인물은 작가 자신을, 작가의 아버지를, 옆집 아저씨를, 옛날 여자 친구를
닮는다. 대부분의 인물은 작가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와 닮는다. 내 소설 속의 인물들도 현실에서 내가 알고 지낸 몇몇 인물들과
함수 관계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일 대 일 대응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일정하게 소설과 현실의 인물들이, 마치 결식 아동 후원회처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p.97]
구경거리가 된다는 건 대부분의 경우 누구에게도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선 누구라도 자신이
침묵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으며 사소한 실수도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반대로 누군가를 구경거리로 만든다는 건 , 대중에게는 가학적 즐거움의 원천이다. 그들은 익명이며 다수다. 구경을 한다는 것만으로
죄를 물을 수도 없는 일이고 설령 위협이 가해지더라도 흩어지면 그만이다. [p.168]
우리는 소설 속의 인물들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른다.
사실은 현실의 인물들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p.199]
그녀는 너무 어렸다. 그 나이에는 모든 감정과 모든 사건이 재방송되리라고 믿는다. 예전엔 그도 그랬다.
지금은, 일생에 일어나는 모든 일과 그 일이 불러일으키는 각각의 다채로운 감정이 일회용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초파일에 한강 위에 띄워진 연등들은 앞서거니뒤서거니 찬란한 빛의 행렬을 이루며 바다로 간다. 인간들이
그 연등에 소원을 비는 것은 그 연등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돌아온다면 누가 거기에 소원을 적어넣겠는가?
[p.250]
환상과 현실의 경계의 이야기.
소설 '아랑은 왜'는 독자에게 묻습니다.
여기서 지어낸 이야기는 어디까지며, 진실은 또 어디까지냐고.
그리고 당신은 당신의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환상이고 현실인지 정확히 선을 긋고 구분할 수 있느냐고 말이죠.
그 물음에 대해서...
자신있게 '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소설을 이런 방식으로도 쓸 수 있구나, 감탄하면서 읽은 소설입니다.
공포소설인데.. 저는 이 책을 크리스마스 시즌 자선바자회 때 만났네요. ^^;
역시...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제 맛...ㅋㅋㅋㅋㅋ;;
저도...
더 열심히 이야기를 공부하고 연구하고 열심히 써서
멋진 소설 한 편을 세상에 내놓고 싶습니다.
소설 '아랑은 왜'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