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집 '오직 두 사람'입니다.
평소 김영하 작가님 소설을 좋아해서 작가님 책을 사서 읽기도 하고 필사도 많이 했는데..
오랜만에 김영하 작가님 소설집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덥석 집어들었습니다. ^^
오직 두 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 신의 장난..
'오직 두 사람'을 포함한 일곱 편의 단편소설들로 이루어진 책.
상실의 삶 혹은 상실 이후에도 진득하게 이어지는 삶에 대한 단편소설들..
우울하면서도 그 속에 숨은 별사탕 같은 유머가 돋보이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어요.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에 대해서요.
이제 그만 화해하지그래, 라고 참견할 사람도 없는 외로움.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말다툼. 만약 제가 사용하는
언어의 사용자가 오직 두 사람만 남았다면 말을 조심해야겠어요. 수십 년 동안 언어의 독방에 갇힐 수도 있을 테니까.
그치만 사소한 언쟁조차 할 수 없는 모국어라니, 그게 웬 사치품이에요? [p.12]
윤석은 전단지 한 장을 집어 그가 십 년 동안 찾아 헤맨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금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아이보다는 전단지 속의 아이가 그에게는 훨씬 더 친근했다.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어. 너무 이상한 애가 나타났어. [p.64]
진짜 총은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이 온다. 유럽의 관광지 성당에 들어갔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듯한, 삶과 죽음, 성과 속의 경계를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p.143]
범죄자와 작가는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은밀히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계획이 뻔하면 덜미를 잡힌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때로는 자기 꾀에 자기가 속는다는 점도 그렇지. [p.166]
사장 자리에 앉아 있으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직원들의 이런저런 비밀을 알게 된다. 반면 직원들은 사장에
대한 루머를 서로 나눈다. 비밀과 루머의 교환. 얼핏 공평해 보인다. 나는 꽤 정확한 정보를 대체로 혼자 간직하는 반면, 그들은
부정확한 정보를 널리 나눈다. 대나무숲에 가서 외치고 싶은 게 자기들만은 아니라는 걸 직원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p.196]
"정은씨, 난 언제나 현재가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여기만 지나가자. 그럼 나아질 거야.
그런데 늘 더 나빠졌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더 행복했어요. 그럼 지금 이 순간도
최악이 아닐 수 있다는 거잖아요? 지금이 그래도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에서는 가장 젊고, 제일 괜찮은 순간일 수 있다는 건데...
우리 모두 여기서 늙어가다가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처음 들어왔던 때가 그래도 좋았어. 그땐 젊었고, 희망도 있었다."
[p.257]
소설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읽는 것이지만, 읽다보면 어디선가 신문이나 뉴스에서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느껴지는 작품들이었어요.
특히 단편소설 '아이를 찾습니다'는 읽을수록 먹먹한 느낌이었어요.
2014년에 대한민국에 일어난 비극을 연상시키는 가족의 붕괴를 그린 소설...
다른 작품들도,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모두 상실과 그 이후의 비틀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요.
2014년 이후, 세월호 사고 이후 좀처럼 소설 집필 활동을 하기가 어려우셨다던 작가님이
오롯이 느꼈을 우울감이 소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내가 왜 하필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가, 하는 자괴감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은 비단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기에,
모두가 공감하고 또 그 슬픔을 위로해주는 이런 문학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문득, 김영하 작가님과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집 '오직 두 사람'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