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하루
남궁인 작가님의 책 '지독한 하루'입니다.
작가님의 책 '만약은 없다'를 읽고, 그 글재주에 반해서 구입한 책이에요.
첫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작가님의 의사로서의 삶 그리고 병원에서의 환자들과 그곳에서 일들에 대해
낱낱이 기록한 책입니다.
'만약은 없다'와 같은 먹먹한 기분이 들게 하는 책.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깊이 파고드는 뭔가가 느껴졌습니다.
숨겨둔 깊은 상처를 누군가가 더욱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느낌...
순간순간 울컥하는 페이지를 읽으면서..
환자로서 아픔을 이해하는 것뿐만이 아닌, 의사로서의 고충 또한 이해하는 것도
참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남궁인 작가님의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기록한 책 '지독한 하루'
울먹거리면서도, 몇번이나 읽었습니다. ^^*
나는 부족하지만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한 사람의 의사이고,
또 인간이다. 고통받는 사람을 마주하면 고민하다가도, 어쩌다
위해를 받거나 폭언을 당하면 깊이 상처받아 한동안 늪에 빠진 것처럼 헤어나기 힘들다.
다른 인간에게 미움을 받으면 흡사 마음속에 큰 짐이 올라탄 듯 먹먹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여전히
그런 사람들을 마주하면 이겨내고 최선을 다해야 할지, 아니면 도망가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당연하지만,
신념과 생명을 지키려는 사람을 존중해야한다고 여기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본다. [p.49]
아프다는 뜻일까, 자신의 동료가 죽어 슬프다는 뜻일까, 아니면 자신에게 찾아올지도 모를 죽음이
두렵다는 뜻일까. 그리고 처음부터 그 광경을 지켜본 나는, 그들이 그날 전 지구에서 가장 불행해지는
꼴을 보면서, 괜찮으냐는 말 따위를 건네야 했을까.
세상에는 자신의 말이 쓸모없음을 깨닫고도 꼭 그 말을 해야 하는 멍청이가 있다. 그것이 그날의 나였다. 나는 더이상
그들에게서 어떠한 말도 들을 수가 없었다. 실은 그들의 대답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p.100]
세상의 모든 사고는 그렇게 일어난다.
부지불식간에,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p.183]
삶은 불공평하다. 불행도 공평하지 않다. 심지어 어떤 생명은 불행만 겪기 위해 태어나기도 한다.
누군가가 이 세상을 만들 때, 꼭 불행과 고통을 한곳에 쏟아버렸음을 알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p.199]
고개를 돌려 교차된 화면에는 어처구니없을 만큼 슬픔이 전혀 실려 있지 않은 딱딱한 문장이 둥둥
떠 있었다. 이런 순간마다 나는 누군가가 인간을 보고 이 문헌을 기술했는지, 아니면 문헌의 기술을
따라 인간이 변해가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왜 인간은 같은 인간에 대해 이러한 글을 끊임없이 기술해야만 할까. [p.201]
'만약'은 없다.
'만약'이 없을 수 있게, 도저히 생각조차 나지 않아 내가 내뱉을 말에 어떠한 가책도
느끼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일이다.
[p.234]
의사는 무엇도 아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환자의 그 어떤 사소한 증상이나 징후도 허투루 넘겨짚어서는 안되며,
감정적으로 상대를 대해서도 안된다고 해요.
저도 어릴 적부터 병원생활을 오래 해왔고, 지금도 통원치료를 하면서
많이 아플 때는 종종 응급실을 찾기도 하는데..
밤늦게까지 불을 환히 켜두고 그곳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을 보면
참 든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아파서 개인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던 그날도
'아.. 나는 살았다...' 하는 안도감이 들던 곳이 바로 작가님이 일하시는, 그런 응급실인 거죠.
저 사람들이 날 낫게 해줄 거라고, 살려줄 거라는 믿음이 생기는 공간.
환자의 고통과 작가님이 느꼈던 슬픔 그러나
그속의 삶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던 책 '지독한 하루'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