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 작가님의 책 '무엇이든 쓰게 된다'입니다.
작가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혹은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요즘 글 작업을 하다, 툭툭 걸리고 막히는 일이 잦아져서
답답하던 중에 발견한 책.
더군다나 김중혁 작가님은 제가 김연수 작가님 만큼이나
좋아하는 작가님이에요. ^^
소재도 흔치 않고, 작가님만의 독특한 문체와 전혀 생각지 못한 비유법..
김중혁 작가님의 17년의 글쓰기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소설은 잡식성 괴물이다. 소설을 쓰고 있을 때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 들리는 모든 소리, 느껴지는
모든 감각이 소설의 먹잇감이 된다. 모든 걸 집어삼킨 소설은 소화되지 않은 먹잇감을 다시 내뱉는다.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겼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소설을 쓰고
있을 때는 대단한 자료가 된다. 간절한 만큼 보이고, 잘 쓰고 싶은 만큼 많이 느낄 수 있다. [p.43]
글을 쓴다는 것은 시작과 끝을 경험하는 일이다. 글의 시작이 어떠해야 할지 생각하고, 글의 끝까지
달려가본 다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글을 마무리하게 된다. 글쓰기 경험은 삶의 경험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우리는 글을 쓰면서 내가 어떤 나인지 알 수 있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지, 내가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p.82]
내가 대화나 인터뷰라는 형식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소설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대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소설을 쓰고 있기 때문에
대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수전 손택의 말대로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음속에 어떤 목소리를 끊임없이 떠올려야 한다. 그게 소설 속 주인공일 때도 있고, 소설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평론가가 될 때도 있다. 주변에서 만나는 소설가들이
가끔 미친 것처럼 보이거나 지나치게 멍청해 보일 때가 있을 것이다. 분열증 환자처럼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게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길에서 우연히 소설가를 만나면
안쓰러운 마음으로 등을 토닥여주시길 부탁드린다.
[p.202]
"글로 써보면 알겠지."
작가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어떤 이야기든 말로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
써보면 알게 된다. 뒤집어 말하면, 써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는 법이다. 주인공은 왜 배신을
할 수밖에 없는지, 왜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어째서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는지, 써보면 알게 된다. [p.219]
소설을 쓸 때 재미있으면서도 제일 힘든 일은 사람에 대한 묘사다. 사람을 묘사하는 방법은
대략 200만 가지 이상이어서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뚜렷한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늘 새로운 묘사를 떠올리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한다. 소설을 볼 때마다 '아, 이렇게 사람을 묘사하는
방법도 있구나' 싶은 깨달음을 얻을 때가 많지만 그건 그 작가의 것일 뿐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p.255]
내 손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느낌보다 글이 나를 통과해서 나오는 것 같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단어들이 좁은 통로를 비집고 나오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고, 나를 통과한
문자들이 컴퓨터로 쏟아져 나온다. 이런 쾌감은 쉽게 잊을 수 없다.
글쓰기는 고통스럽다. 하지만 고통을 넘어서면 엄청난 쾌감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글쓰기뿐 아니라 모든 창작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p.284]
공감가는 내용도 무척 많았고, 배울 점도 그득했던 책.
첫 문장은 누구나 어렵고,
많이 읽고 쓰고 관찰해야 하며,
그저 평범한 이가 아닌 작가만의 세심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그것을 글로 쓰라고.
그리고... 온갖 낙서 같은 그림들로 채워진 수많은 페이지들...ㅋㅋ
어쩜 이리 귀여우신가요, 김중혁 작가님...ㅋㅋ
사실 이 책은 글쓰기의 정석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에요.
김중혁 작가님이 글을 어떻게 쓰는지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면 안된다고,
오히려 가볍게 시작해서 조금씩 고치고 다듬으며 한 문장 한 문장
쓰다보면 당신은 무엇이든 쓰게 된다고.
천 명의 작가가 있다면, 천 개의 글쓰기 노하우가 있는 거겠죠.
저도 열심히 탐구하고 쓰는 부지런한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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