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45

어른이 되면 단골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

박초롱 작가님의 에세이 '어른이 되면 단골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입니다. 예전에 현암사 출판사 인스타그램에서 이 책 서평단 모집 공고를 봤었는데, 그땐 서평단 신청을 못해서 무척 아쉬웠어요. 박초롱 작가님은 술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칵테일을 무척 좋아하시는 분이에요. 칵테일의 매력에 빠져 낮에는 '낮섬'이라는 카페이고, 밤이면 '낯섦'이라는 바를 운영하기도 하셨어요. '어른이 되면 단골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진 작고 이상한 세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수필입니다. 시 한 편을 쓰는 것보다 26주짜리 카카오 적금을 드는 게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질 때, '결국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니겠냐'는 말에 일의 의미가 무너내리는 것 같을 때 간다. 내 삶..

책읽는 여자 2022.07.20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정지음 작가님의 에세이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입니다. 정지음 작가님은 '젊은 ADHD의 슬픔'이라는 에세이를 쓰신 분으로도 유명하죠. 그 책은 사실 못 읽어봤는데,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를 읽고 나니 그 책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은 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나 자신, 가족, 친구, 연인, 동료,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무척 공감되고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사랑이든 미움이든, 끓는 감정에는 기다림이 필요한 법이었다. 사랑이었다가 미움으로 둔갑한 마음이라면 더욱 그랬다. 두고 본 후에도 끓고 있다면 그때 온도를 확정해도 늦지 않았다. 그제야 '시간의 힘' 옆에 '빌린다'라는 동사가 따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시간은 내 것도 내 편도 아니지..

책읽는 여자 2022.05.14

요즘 사는 맛

열두 명의 작가님의 에세이 ‘요즘 사는 맛’입니다. 배달의 민족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에 실린 음식에 대한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이런 흥미로운 뉴스레터가 있었는데... 책이 나오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네요. 김겨울, 김현민, 김혼비, 디에디트, 박서련, 박정민, 손현, 요조, 임진아, 천선란, 최민석, 핫펠트.. 글솜씨 좋으신 작가님들이 쓴 다양한 글들이 엮어져 있어서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정소감’으로 만난 김혼비 작가님의 글도 있어서 반가웠어요. ^^* 요거트 볼의 매력적인 점은 재료의 포용성이 높다는 점이다. 집에 있는 과일은 웬만하면 다 잘 어울린다. 채소 칸에 굴러다니는 오래된 사과도, 선물 받은 오렌지도 올릴 수 있고, 냉동실에 처박혀 있는 블루베리와 애플망고도 무리 없이 ..

책읽는 여자 2022.04.26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

김중혁 작가님의 에세이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입니다. 김중혁 작가님의 글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교훈이나 감동에 앞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소설과 수필을 쓰시는 작가님. 교훈이나 감동도 중요하지만, 저는 사실 문학에 있어서 재미가 있다는 것은 어느 것보다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진심 배우고 싶습니다. 김중혁 작가님, 어떻게 하면 작가님처럼 글을 재미있게 쓸 수 있을까요?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볼까?'는 사용 설명서가 따로 있는 에세이입니다. 하루에 한 편씩 읽으며 일상을 바꿔보자고. 하지만 저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후루룩 읽어버렸네요. // 진짜 재미있는 책이에요. *^^* 김중혁 작가님의 에세이 '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는 1년, 2년 이렇게 기나긴 장기 프로젝트 형식으로 거..

책읽는 여자 2022.02.07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

정현우 작가님의 에세이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입니다. 제목도, 표지도 정말 근사한 책이죠. 잘생긴 작가님 만큼이나 책도 너무 멋있네요. ^^* 정현우 작가님의 시집 '나는 천사에게 사랑을 배웠지'에 이어 소년의 감성으로 쓴 사랑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 이 책 속에는 작가님의 가족들과 어린 시절과 친구들과 상실 그리고 위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슬프면서도 따스한 위로가 되는 에세이였습니다. 네게 부탁이 있어. 아무 색깔 없이 아무것도 없이 투명하고 짙푸르게 끝나버릴 색칠되지 않는 그 날이 올지라도 네게 붙어서 널 위해 울어줄 사람들이 보이니, 그러니 너는 부디 울지 마. ['수채화' p.39] 빛은 빛에게 약속한 적이 없지, 빛은 빛이듯이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

책읽는 여자 2021.12.27

다정소감

김혼비 작가님의 산문집 '다정소감'입니다. 눈만 빼꼼 내밀고 있는 산뜻한 표지의 흰 띠지를 걷어내면, 웃는 입모양이 보입니다. 코로나 시대의 반쪽짜리 미소를 이미지화한 표지를 보고 있으면.. 참 많은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이렇게 마스크 속으로 감정을 숨긴 채 살고 있다는 생각. 인간관계, 직장생활, 자신이 겪은 시간들을 무사히 지날 수 있게 해준 사람들과 다정을 주고받은 기억에 대해 쓴 통쾌하면서도 따스한 글로 가득한 책. 김혼비 작가님의 다정한 마음이 느껴지는 좋은 책이었어요.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다. 그래, 이거였다. 나는 갑자기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어졌다. 지구상의 중요도에 있어서 김도 못 되고, 김 위에 바르는 기름도 못 되고, 그 기름을 바르는 솔도 못 되는 4차적인(4차 산업혁명적..

책읽는 여자 2021.12.06

나만 괜찮으면 돼, 내 인생

이진이 작가님의 수필 '나만 괜찮으면 돼, 내 인생'입니다. 표지에 그려진 하늘색 네잎 클로버가 무척 사랑스럽네요. ^^ 이진이 작가님의 책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 이후 두 번째로 읽은 책이에요. 처음 제목을 보고 '나만 괜찮으면 된다니.. 이건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전에 읽었던 이진이 작가님 책이 정말 감동적이었으니 이번 책 또한 기대를 품고 첫 장을 펼쳤습니다. '나만 괜찮으면 돼, 내 인생'은 자존감에 대한,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과거를, 아픔을 다른 사람들의 몇 마디 말로 묻어버리고 억누르고 참으며 살지 않기를 바란다. 꺼내고 말하고 표현하고 나누고 공감하면서 치유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

책읽는 여자 2021.11.24

쓰는 기분

박연준 작가님의 산문집 '쓰는 기분'입니다. 작가님의 수필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를 무척 재밌게 읽었어요. 너무나도 큰 위로가 되었던 그 책을 떠올리며, 박연준 작가님의 신간을 장바구니에 쏙 넣어 주문을 했습니다. 4부로 구성되어 있는 박연준 작가님의 산문집 '쓰는 기분'은 시란 무엇이고, 시는 어떻게 쓰는 것이며, 시인의 마음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다정히 설명하는 책이에요. '쓰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되는 이야기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좋은 책이었어요. ^^ 쓸 때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아니면서 온통 나인 것, 온통 나이면서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나인 것. 쓸 때 나는 기분이 전부인 상태가 된다. 현실에서 만질 수 없는 '나'들을 모아 종이 위에 심어두..

책읽는 여자 2021.08.28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작가님의 여행 에세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입니다. 작가님이 9년간 뉴욕, 아헨, 오사카, 타이베이, 런던을 여행하면서 쓴 이야기에요. 정세랑 작가님의 소설을 정말 좋아하는데, 작가님의 수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서점으로 후다닥 달려갔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닮은 사랑스러운 친필사인까지~ 기대했던 만큼, 작가님의 소설만큼이나 재미있는 여행 수필이었어요. ^^ 그러니 사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최악을 각오하고 여행하는지도 모른다. 예민한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조금 더 신경이 굵은 사람들은 무의식 깊이 묻어놓았겠지만. 아름다운 해변에도 맹독성 해파리들이 있고, 환한 잔디밭에서도 흉기가 칼집에서 빠져나온다. 세계는, 인류는, 문명은 순식간에 백 년씩 거..

책읽는 여자 2021.08.09

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

서소 작가님의 에세이 '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입니다. 박태원 선생님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은,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로부터 5개월간의 휴식을 통보받은 서소 작가님이 달라진 일상을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강제적 휴식임에도 동네 카페에서 독서를 하고, 귀여운 반려견 꿀단지와 산책하고, 이웃과 친구들과 함께 성실히 살아가시는 서소 작가님. 언젠가 서소 작가님이 단지를 포대기에 안고 길에서 책 홍보하시는 영상을 봤어요. 이 작가님의 이야기는 과연 무슨 사연을 안고 있을까 궁금해 주문한 책. 기대만큼이나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사실 딱히 좋아하는 계절은 없고 모든 계절을 골고루 좋아한다. 모든 계절을 좋아하는 나는, 어쩌면 어떤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것들을 잘 즐..

책읽는 여자 2021.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