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17

오염

서소 작가님의 장편소설 ‘오염’입니다. 서소 작가님은 전작 에세이 ‘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을 통해 알게 된 분이에요. 작가님의 수필도 무척 재밌게 읽었기에, 이번 책도 기대를 안고 첫 장을 펼쳤습니다. '오염' 1부는 이윤슬이라는 인물의 인생이 ‘그 일’로 인해 오염되는 이야기에서 선영, 규남, 성오라는 인물의 인생도 짙은 색으로 물드는 이야기입니다. 2부는 그 인물들이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마스크 브로커가 되면서 거대한 범죄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꽤 두꺼운 분량의 장편소설임에도 스토리 전개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음을 여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다줘. [p.11] 다시 깨어났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나는, 이제, 이전과는, 다른 사람..

책읽는 여자 2022.07.06

내가 말하고 있잖아

정용준 작가님의 장편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입니다. 꽤 오래 위시리스트에 있었는데.. 이번에 읽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나'는 말을 더듬습니다. 엄마는 나를 스프링 언어 교정원에 보냈어요. 나는 그곳에서 말하는 중 단어가 막히면 기절을 하는 누나와 말을 못하는 척하는 형, 말은 못하지만 글은 잘 쓰는 작가 아저씨, 외과의사지만 자기가 원하지 않는 말은 거부하는 이모, 나에게 늘 계피사탕을 주며 나를 아들로 생각하는 할머니를 만나죠. 학교에 가면 아이들은 나를 놀리고 국어 선생은 일부러 책읽기를 시키며, 집에는 엄마와 엄마의 쓰레기 같은 애인이 있어요. 나는 말더듬증 교정의 일환으로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길을 묻고 물건을 팔거나 스피치를 하고, 수첩에는 말하기 힘든 말이나 어려운 단어와 문장..

책읽는 여자 2022.02.21

피프티 피플

정세랑 작가님의 장편소설 ‘피프티 피플’입니다. 이미 너무 유명한 스테디셀러죠. 사람들이 다들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하던데... 저는 개정판이 나오고 나서야 읽었습니다. ^^// '피프티 피플'은 병원이라는 큰 공간을 중심으로 50여 명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입니다. 50여 명이 각자 이야기를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연결성이 있는 사람들이죠. 간호사, 의사, 방사선사와 보안요원, 환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그 사람들과 연결되는 또다른 이들의 이야기들...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설이었어요. 사락사락. 아마도 그런 소리가 났을 것이다. 그때 자기도 모르게 수정은 울컥하고 울었다. 나중에 이날을 기억할 때 엄마가 도는 저 모습이 기억날 거란 걸 수정보다 수정의 눈물기관이 먼저 깨달은 것 같았..

책읽는 여자 2021.11.15

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 작가님의 장편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입니다. ‘민음사’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받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얼마 전에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네요.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는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지구를 뒤덮으며 사람들이 죽어가고, 살아남은 이들은 어딘가에 있을 안전한 곳으로 떠나는 여정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희망이라곤 없는 지옥과도 같은 막연한 여정 속에서 그려지는 사랑 이야기가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죽는 순간 나는 미소에게 무슨 부탁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해. 사랑을 부탁할 것이다. 내 사랑을 부탁받은 미소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이다. [p.17]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

책읽는 여자 2020.09.08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님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입니다. 이미 유명한 작품이고,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이죠. 이 작품이 2016년에 나왔는데, 베스트셀러는 왠만해선 잘 읽지 않으려는 저의 습관 탓에 여태껏 읽지 않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구입해 읽었습니다. 딸을 두고 있는 서른네 살의 김지영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입니다. 시댁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집안일을 하던 지영은 친정 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 내고,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 빙의해 그를 놀라게 만들기도 하죠. 아내의 건강을 염려한 남편이 그녀의 정신과 상담을 주선하고, 지영은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으로 만들어진 작품..

책읽는 여자 2019.11.20

항구의 사랑

김세희 작가님의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입니다. 인터넷 서점을 서성거리다가, 만나게 된 책. 표지도 너무나 산뚯하고 왠지 설렐 것 같은 소설 이미지라 덥석 집었습니다. ^^ 이 소설은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되다니!'라는 놀라운 첫사랑의 이야기입니다. 학창시절 동경했던 이성과 멀고 먼 연예인보다 가까이 있었던 친구, 선배들. '항구의 사랑'은 아이돌 문화가 유행하던 2000년대 초반의 고등학생 소녀들의 이야기입니다. 좋아하는 아이돌 오빠들을 주인공으로 팬픽을 열심히 쓰고 읽으며 동성 간의 사랑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던 그때, 교내에서는 짧게 자른 머리 커트 머리를 한 보이시한 여자아이들이 인기 있었고, 그들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호기심이었는지, 첫사랑이었는지 알 수 없는 관계를 맺는 소녀..

책읽는 여자 2019.10.28

매직 스트링

미치 앨봄 작가님의 소설 '매직 스트링'입니다. 읽어보고 싶다.. 마음만 먹고 내내 미루기만 했는데, 이제야 읽었어요.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수필로 유명한 미치 앨봄 작가님. 표지부터 너무 근사하죠. ^^* 기대했던 작품이라 첫장 펼치면서부터 너무 설렜습니다. *^^* 소설의 주인공 프랭키는 스페인 내전이 한창인 1936년에 비야레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납니다. 전쟁의 치열한 분위기 속에서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프랭키는 양아버지 바파와 털 없는 개와 함께 살아가게 되죠. 프랭키는 우연히 만난 기타 스승 엘 마에스트로에게 수업을 받으며 천재 기타리스트로 자라나지만, 전 유럽을 울게 만든 전쟁의 비극이 스페인까지 뻗쳐오면서 그들 모두와 원치 않는 작별을 합니다. 잘 곳과 음식, ..

책읽는 여자 2019.01.24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장편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입니다. 저는 공포나 스릴러 장르의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서우니까요...ㅠㅠ 그래서 그런 류의 소설을 주로 다루시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 작품을 많이 접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왜 그의 작품세계에 그렇게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몇년 전에 샀던 작가님의 첫 책이 바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입니다. 처음부터 강렬한 작품에 손을 대면 다음부턴 쳐다도 보기 싫어질 것 같아 우선은, 그중에서 그나마 순해보이는 작품으로 히나시고 게이고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 ^^ 하찮은 인생을 살던 도둑 세 명이 한밤중에 들어선 낡..

책읽는 여자 2018.02.24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의 소설 ‘상실의 시대’입니다. 나온 지 꽤 된 책인데... 요즘 이 책을 패러디로 한 것도 많이 보이고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읽어볼까 하고 꺼내든 소설입니다. ^^ 원제목은 ‘노르웨이의 숲’인데, 한국판으로 번역되어 나왔을 때 제목을 ‘상실의 시대’로 바꾸어서 출간했다고 하죠. 당시, 하루키 작가님이 ‘노르웨이의 숲’ 한국판 제목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을 무척 맘에 안 들어 하셨다던데...^^; 그런데 읽어보면 이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가 돼요. 상실의 시대... 젊은 시절의 그 시간들... 고등학교 시절부터 단짝이던 주인공 '나' 그리고 친구 기즈키와 그의 여자친구 나오코. 나오코와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던 기즈키가 어느 날 갑자기 자살을 하게 되고.. ‘나’는 나오코와 급..

책읽는 여자 2016.12.21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작가님의 장편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입니다. 제목이 으스스하죠? 물론 무서운 내용도 섞여있긴 하지만 코미디가 묻어나는 코지 미스터리 스타일의 추리소설이에요. 저도 ‘코지 미스터리’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주로 풀어가는 가볍고 친근한 미스터리 장르.. 이렇게 풀이가 되네요. ^^ ‘동갑내기 과외하기’ ‘연애시대’ ‘얼렁뚱땅 흥신소’ 등등, 재밌는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던 작가님이 처음 쓰신 장편소설이 바로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라고 해요. ^^ 표지가 강렬하죠...ㅋㅋㅋ 영화도, 드라마도, 박연선 작가님의 작품은 진짜 재밌게 봤는데.. 소설도 그에 못지않게 넘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역시.. 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소설입니다. ^^ 삼수생 강무..

책읽는 여자 201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