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하얀 종이 2016. 11. 2. 11:13

 

 

 

 

 

 

박연선 작가님의 장편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입니다.

 

제목이 으스스하죠? 물론 무서운 내용도 섞여있긴 하지만 코미디가 묻어나는 코지 미스터리 스타일의 추리소설이에요.

 

저도 코지 미스터리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주로 풀어가는

 

가볍고 친근한 미스터리 장르.. 이렇게 풀이가 되네요. ^^ 

 

 

동갑내기 과외하기’ ‘연애시대’ ‘얼렁뚱땅 흥신소등등, 재밌는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던 작가님이 처음 쓰신 장편소설이

 

바로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라고 해요. ^^

 

표지가 강렬하죠...ㅋㅋㅋ

 

 

영화도, 드라마도, 박연선 작가님의 작품은 진짜 재밌게 봤는데.. 소설도 그에 못지않게 넘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역시.. 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소설입니다. ^^ 

  

  

삼수생 강무순이 홍간난 할매의 집에 강제로 남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가족들 말로는 연속극을 시청하다 갑자기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빈자리 때문에 할머니에게도 무슨 일이 날까 불안해서 할머니 옆에 손녀딸을 두고 간 거라고 하는데,

 

그게 왜 하필이면 엉뚱한 4차원 삼수생 강무순이란 말이냔 거죠. ㅋㅋㅋ

 

유배 온 것처럼 할머니에게 늦잠 잔다, 게으르다, 온갖 구박을 받으며 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무순에게 호기심 돋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15년 전, 그 마을에서 소녀 네 명이 같은 날 사라졌다는 것.

 

사라진 네 명의 소녀는 종갓집 귀한 외동딸 유선희, 늘 지질하게 보였던 황부영, 날라리 유미숙, 외계인을 만난 후에 사라졌던 목사 딸 조예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돌아온 소녀는 없어요.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소녀들이 죽었다고 믿고 있고,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일에 대해 쉬쉬 하고 있죠. 우연히 그 사건을 알게 된 무순이 어설프게 들려온 단서를 하나씩 모아 사건의 진실을 추적합니다.

 

할머니 그리고 종갓집 꽃돌이 창희와 함께. ㅋㅋ 

 

 

 

 

 

   

 

 

 

 

 

 

 

 

 

 

 

 

 

 

말만 한 처녀가 개 끌고 다닌다고 미친년인 게라고 소문났더라.” [p.22]

 

 

 

  

 

 

 

 

 

 

 

 

 

 

 

 

 

  

대부분의 상처는 위로가 힘이 되지만, 정말 지독한 상처는 남들이 아는 척만 해도 고통이 된다. [p.105]

 

  

 

 

 

 

 

 

 

 

 

 

 

 

 

 

 

  

 

자기가 진심으로 원하면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을까? 하긴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 속 소녀는 순진해야 한다.

아직 세상을 모르는 순진함. 현실은 어떻든 간에,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며 간절히 바라는 소원은 이뤄진다는

동화를 믿는 순진함, 혹은 어리석음. [p.132]

 

    

 

 

 

 

 

 

 

 

 

 

 

 

 

 

 

 

노인들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무표정일 때도 슬퍼 보인다. 어쩔 땐 웃어도 슬퍼 보인다.

홍간난 여사에게도 희로애락이 있을 것이다. 속상하고 울고 싶고 누군가 보고 싶어서 손끝 하나 까딱하기 싫을 때가 당연히 있을 것이다.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할머니는 날 때부터 할머니인 것만 같았다. 이 늙은 사람도 한때는 누군가의 아기였고,

어린 동생이었고, 사랑이었던 때가 있었다는 게 상상이 되질 않는다.

[p.185]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견딜 만큼만 시련을 주신단다.”

[p.287]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두왕리 네 명의 소녀 실종사건 역시 거대하고 치밀한 미스터리 같은 게 아니었다. 따로따로 일어났으면 사건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해프닝이 어쩌다 보니 한꺼번에 일어났고 거대해진 거다.

그러고 보니 우리 세 사람 같다. 따로따로 있으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데, 같이 있으면 수상해지는 할머니와 삼수생과 꽃돌이 일행.

[p.337]

 

 

    

 

 

 

 

 

 

 

 

 

 

 

 

 

 

 

실타래라는 게 말이여.

처음부터 얽힌 데를 찾어서 살살 풀어야 하는디, 그냥 막 잡아댕기다 보면 야중에는

죄다 얽혀 갖고는 어디가 얽힌 줄도 모르게 되지 않디? 딱 그짝이란 말이지.”

[p.351]

 

 

 

    

 

 

 

 

 

 

 

 

 

 

 

 

 

 

깔끔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뭔가 개운하지 않은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의 어떤 일이 칼로 자른 무처럼

깨끗한 시작과 결말을 갖는 걸 본 적이 없다. 낮과 밤은 분명 구분할 수 있지만, 낮과 밤이 되는 순간을 특정할 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그렇게 명료하지 않다고. 인터뷰까지 할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 한 말이니까 아마 맞는 말이겠지. 두왕리의 사건도

한참 지나서 돌아보면 그때 명확해질지 모르겠다. 그 시작과 끝이. [p.359]

 

 

 

 

 

 

 

  

 

 

 

 

 

 

 

 

 

 

 

 

  

따로 발생한 사건이라면 시간이 흘러 잊혀질 수도 있는데, 그게 하필 같은날 그렇게 되어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깊은 상처가 되는 이야기.

 

쓰다보니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이 좀 드러나버렸네요. ^^;

 

 

읽다가 중간에 범인을 찾았다는 사람도 있던데...

 

저는 부흥슈퍼 글래머 노파도 의심스럽고, 바보 일영이도 의심스럽고, 무순과 같이 다니는 꽃돌이 창희도... 아무튼 다 의심스러웠어요. ㅋㅋ;;

 

결국 저는...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찾았습니다. ^^;

 

중간중간에 나오는 두 페이지짜리 주마등이라는 소제목의 소설이 단서였네요.

 

 

사람의 의심이 얼마나 큰 오해가 되고, 상처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한창 무더웠던 여름에 만났으면 더 좋았을 소설인데...

 

이것저것 할 게 많아 여름의 끝자락에서야 읽은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덕분에 늦더위는 모조리 다 쫓아내버렸네요. ㅋㅋ

 

박연선 작가님의 표지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장편소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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