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성석제, 함정임, 백영옥, 서진, 윤고은, 한은형 작가님의 소설집 ‘도시와 나’입니다.
성석제 작가님은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 있는 도시 아비뇽,
백영옥 작가님은 미국의 금융, 상업과 무역 도시이자, 세계 문화의 흐름을 좌우하는 대도시 뉴욕,
정미경 작가님은 일본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도쿄,
함정임 작가님은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브장송,
윤고은 작가님은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을 하기 위해 출발한 곳이 있는 스페인 남부 도시 세비야,
서진 작가님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 로스앤젤레스,
한은형 작가님은 아프리카 대륙의 북단에 있는 튀니지의 수도인 튀니스.
세계 곳곳의 도시를 배경으로 자기 자신만의 특색 있는 필체로 써내려간 단편소설 모음집입니다.
관광과 여행, 모험은 뭐가 다를까. 대상의 거죽을 스쳐지나는 것과 거죽 속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자신의 거죽을 열고 세포 속의 물질을 대상과 뒤섞는 것의 차이? 결국 여행을 하고 모험을 겪고 나면 그 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는 거지. [p.53]
아까, 쿠르베 전시회에 가느라 다리를 건너고 있었어요. 그런데 앞에서 걸어가고 있던 한 청년이 강물로 뛰어내리는
겁니다. 그는 놀라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야기했고, 나는 담담하게 듣다가 놀라면서 오후에 요란하게 사이렌 소리를 내며 달려가던
소방차와 앰뷸런스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런 거죠, 인생이. [p.136]
오렌지 나무가 흔한 도시, 세비야에서는 모든 것이 오렌지처럼 가볍게 걸려 있다. 어느 골목에서는 기타가 오렌지 나무의
오렌지처럼 가볍게, 어느 골목에서는 두툼한 하몽이 오렌지처럼 가볍게. 태양조차 가로수 열매의 하나처럼 흔하게 걸려 있는
이곳에서 가벼워질 수 있는 건 없다.
[p.180]
그녀가 주문처럼 내게 말한다. 걱정 마.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꼭, 그래야만 한다고. 하지만 나는 불안한 것이다.
모든 것이 잘못되어버릴 것만 같다. 오늘, 우리가 서로에게 한 약속들은 다 깨질 것만 같다. 나는 그녀가 등장하는
소설을 쓸 것이고, 그녀는 한밤중에 자동차를 몰고 나갈 것이다. [p.205]
“이 세상이 커다란 꿈같다고 말해. 그런데 어찌 수고를 하겠나며 종일 취하겠다고 해.
내가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p.227]
3년 전에 이 책이 나왔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 소설들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잔칫집에 갔는데, 잘 아는 몇몇 사람만 빼고 나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는 불편한 느낌...^^;;
그래서 이 책은, 표지가 아기자기하고 귀여워서 사랑받아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제 책장 한 귀퉁이에 먼지만
뒤집어쓴 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눈에 띄어서 읽게 된 소설집 ‘도시와 나’는 보통의 여행수필과 또다른 느낌의 즐겁고 편안한 발걸음으로 다가왔어요. ^^
3년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ㅋㅋㅋ
아마도 제가 생각이 무르익지 못한 탓에 3년 전 이해하지 못했던 소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겠죠.
여행지에서 잠깐 만나 거기서 같이 놀다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성격차이로 소식이 끊겼는데 3년 만에 다시 만나 지금은
더 친해진 매력적인 친구 같은 소설집 ‘도시와 나’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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