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지문 사냥꾼

하얀 종이 2016. 11. 25. 16:36



가수 이적 님이 쓴 소설집 지문 사냥꾼입니다.

   

 

평소 독서 습관과 마찬가지로 여느 때처럼 즉흥적으로 제 책장에서 뽑아 읽은 책인데... 무려 11년 전에 나온 책이네요..ㅋㅋ

 

전문작가가 아닌 연예인이 쓴 책이라면 그것이 자서전이든 사진집이든 묘한 의심부터 하게 되지만...


 ‘누구도 아닌 이적이니까 하는 생각으로 그 시절 이 책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


    

저는 연예인을 좋아하면 그의 전부 그대로가 좋다, 라기보다는 특징적인 부분을 콕 집어서 좋아해요.


제가 이적 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쓰는 가사가 좋아서에요. ^^


그래서 이적이나 패닉 음반을 사면 가사집을 꼭 읽어보곤 했죠.


가사는 시의 영역이고 느낌 위주의 글이잖아요.


그런데 이적 님의 가사는 서술이 느껴져 꼭 소설 같았는데 그 시절 마침맞게 그의 소설집도 나와서


참 반갑게 이 책을 사 읽었었습니다.

 

소설집의 열두 편의 단편들은 판타지소설입니다.


그중에서 이건.. 사실 위주의 수필인가?’하는 단편도 있는데... 저는 그냥 다 소설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ㅋㅋㅋ












 

 

   





 

 

그럼 안녕히... 건강하시길... 무지개가 흐르는 피여...

[p.20]


















 

 

어쨌든 삶이란 적응의 연속이고, 익숙해지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 했던가.

[p.46]

 

  
















  

고양이는 모든 걸 알고 있고, 모든 걸 할 수 있다. 동시에 대부분의 고양이는 모든 걸 귀찮아하기에다행히도

세상이 이만큼이나마 평화로울 뿐. [p.84]

 

  

















  

"왜 나를 속였죠. 왜 당신마저 나를 속였죠.

내가 빼앗은 것들을 그들에게 돌려줄 수만 있다면... 왜 내게 그런 힘은 없는 걸까요."

[p.159]

 

  
















  

그때, 혹시 그가 가방 속으로 들어와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자, 공포가 엄습해왔고,

동시에 허겁지겁 편지를 뜯고는, 그 짧은 명령에 절망하였다.

살라.”

[p.176]

 

    
















 

사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건

바로 그거예요

어느 날

처음에 내게 왔던 것처럼 홀연히

나의 피아노가 어디론가 가버리면 어떡하죠

[p.188]

 

 



  

책 속 활자를 먹는 삽화, 흡혈하는 사람, 거미가 된 이구소제사 제불찰 씨, 본인의 동물적 취향이 드러나는 단편, 

 

죄의식 없는 살인자의 고백, 지하철의 읽어버린 우산과의 대화, 사람들의 손가락 지문을 도둑질하는 지문 사냥꾼, 감금 당한 여자의 구조신호, 


독서삼매경에 빠진 여인, 그의 친구 피아노 등등...



가수 이적 님이 만든 판타지월드를 어슬렁어슬렁 걷다 보면, 어느덧 마지막 장에 다다르게 됩니다.


2005년 그 시절에는 한국소설 중에는 이런 판타지 분위기의 작품이 거의 없었고,


그래서 흔치 않은 스타일의 이 책이 더 맘에 들어서 수없이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


그리고 그땐 읽으면서 느낄 수 없었던, 가수 이적이 그 시절 느꼈음직한 불안이나 우울 같은 게 느껴졌어요.


아마,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거겠죠...ㅋㅋ

    

 

연예인이라고, 유명인이라고 해서 그가 책을 내는 것에 대해 지레 편견부터 갖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 중에서도 생각이 남다르고 글재주가 좋은 이가 있을 테니까요. 이적 님처럼요.

    

 

이적 님~


앞으로 더 재밌는 지문 사냥꾼소설 같은 노래를 만들어주시고 또 멋지게 불러주시길,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