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어른이 되면 단골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

하얀 종이 2022. 7. 20. 14:50

 

 

박초롱 작가님의 에세이 '어른이 되면 단골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입니다.

 

 

예전에 현암사 출판사 인스타그램에서 이 책 서평단 모집 공고를 봤었는데,

그땐 서평단 신청을 못해서 무척 아쉬웠어요.

 

 

박초롱 작가님은 술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칵테일을 무척 좋아하시는 분이에요.

 

 

칵테일의 매력에 빠져

낮에는 '낮섬'이라는 카페이고, 밤이면 '낯섦'이라는 바를 운영하기도 하셨어요.

 

 

 

'어른이 되면 단골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진 작고 이상한 세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수필입니다.

 

 

 

 

 

 

 

 

 

 

 

 

 

 

 

 

 

 

 

 

시 한 편을 쓰는 것보다 26주짜리 카카오 적금을 드는 게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질 때, '결국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니겠냐'는 말에 일의 의미가 무너내리는 것 같을 때 간다. 내 삶의 디폴트값이 늘 월세나 연금 따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을 때, 아무리 영화를 보고 글을 써도 삶의 의미를 묻지 않게 될 때 간다.

그러니 어찌 보면 칵테일을 마시는 일이란, 정말 사치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p.24]

 

 

 

 

 

 

 

 

 

 

 

 

 

 

 

 

 

 

나에게 허용된 칵테일이 몇 잔이나 더 남았는지는 알 수 없으므로 나는 최대한 한 잔 한 잔을 정성껏 즐기려고 한다. 

예능을 틀어놓고 칵테일을 마신다거나, 취해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채로 칵테일을 마실 수는 없다. 그건 내 남은 술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칵테일을 마신다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근사한 사치인지 곱씹으면서, 한 잔 한 잔을 소중히 

마시겠다. 그렇게 소중히 즐겨야 할 것은 칵테일뿐 만이 아니다. 내게 제한적으로 주어진 것이 칵테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p.96]

 

 

 

 

 

 

 

 

 

 

 

 

 

 

 

 

누가 자신의 매력을 말해달라고 하면 나는 마음을 다해 내가 느낀 바를 솔직하게 오랫동안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들이 나의 문장을 주머니에 넣고 문을 나서서 하루를 잘 견뎌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에게도 그런 일을 해주고 싶다. 누군가를 흉내 내지 않으면서 그냥 나인 채로 

써도 괜찮다고.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매력 있다고.

[p.137]

 

 

 

 

 

 

 

 

 

 

 

 

 

 

 

 

학교 앞의 골목을 누비며, 숨겨진 바를 찾는 기쁨을 즐기며 연극하듯 연애하던 기억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그 시간들 

덕에 나는 좋아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많이 좋아한다고 해서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익숙하다고 해서 사랑한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있다는 것도. 블루하와이와 피냐콜라다, 페니실린, 파라다이스, 블랙러시안을 다 마셔본 후에야 내가 상큼하고 달달한 

블루하와이보다 피트한 향이 강한 페니실린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것처럼.

[p.150]

 

 

 

 

 

 

 

 

 

 

 

 

 

 

 

 

 

만나는 것만큼이나 잘 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나도 우리의 이별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루아침에 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 그건 안 될 말이다. 모든 이별에는 예의와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의 추억을 

곱씹고, 잘 살라는 덕담을 건네고, 덕분에 그동안 행복하고 또 많이 괴로웠노라는 고백도 전해야 했다. 

그게 사람이든, 장소든, 물건이든.

[p.183]

 

 

 

 

 

 

 

 

 

 

 

 

 

 

 

 

그가 추구하는 어떤 감정은 세상 사람들이 행복이라 부르는 그것과 거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힘차고 밝은 

세계에서, 희망과 긍정이 가득한 하루를 만들고 싶은 건 아닐 테니까. 어쩌면 나의 긍정에 대한 강요가 그에게 

프로파간다적 요구로 느껴졌을지도 모르니까. 우리에게는 불행할 자유가 있지 않은가. 누군가는 행복할 기회와 

불행할 자유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은가.

[p.255]

 

 

 

 

 

 

 

 

 

 

 

 

 

 

 

 

 

 

 

 

 

박초롱 작가님은 단순히 소주나 맥주 같은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칵테일이라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문화를 좋아하시는 분입니다.

 

 

20대에는 단순히 색깔이 화려하고 달콤한 칵테일을 마셨는데

 

30대가 된 지금은 자신의 취향과 기분을 고려해 상황에 맞춰 칵테일을 고른다고 하셨어요.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삶이 내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을 때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취향을 고려한 태도밖에 없을 테니까요.

 

 

 

취향이 뚜렷하고,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으면

삶은 한층 풍요로워집니다.

 

일과 사람에 치여 힘들다가도 취향에 맞춘 취미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으면,

 

우리 삶은 그럭저럭 살 만한 것이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자신이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들여다보며

 

삶을 행복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초롱 작가님의 솔직하고 달콤한 수필 '어른이 되면 단골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