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훈 작가님의 수필 'SF 작가입니다'입니다.
평소 글을 쓰면서도 SF 소설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한번 써보고도 읽었지만 SF 소설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던...^^;
SF 소설이라곤 김초엽 작가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정도밖에 몰랐던 제가
어느날 인터넷서점 어딘가에서 찾아낸 책입니다.
배명훈 작가님은 소설 '타워'를 쓰신 소설가에요.
국문학이나 문예창작학 같은 글쓰기 관련 전공이 아닌 외교학을 전공하고 나서
SF 작가가 된 이야기, 작가님의 소설을 구성하는 소재에 관한 이야기,
소설에 관한 신념과 조언 등
유익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SF의 인물은 왕과 비슷한 면이 있다. 먹고 자고 일상을 유지하는 구체적인 삶을 가진 인간이면서
동시에 온 세상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이다. 이를테면 혁명이 일어나 왕이 벌써
네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살아가는 유형의 인물과는 반대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p.23]
현실이 생생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소설이 생생하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소설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답은,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소설가는 현실을 작품 속에 재구성해낸다. 디지털도 아니고 삼차원도 아니고 단지 문자로 된
예술일 뿐이지만, 독자가 책속에 빠져들어 소설의 리듬에 완전히 익숙해지는 순간,
소설의 텍스트는 독자의 감각과 기억을 매개로 꽤 생생한 현실감각을 재구성해낼 수 있다. 좋은 소설은
재미있는 스토리를 글자로 담아내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생생한 몰입감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p.80]
나에게 글쓰기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놀이다. 가끔은 가벼워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 즐거움에
대한 자각이야말로 작가로서 내가 지닌 가장 탄탄한 근육이다.
한번쯤 가만히 기억을 다듬어보자. 괴롭고 번거로운 것들을 다 걷어내고 글쓰기가 순수하게
즐겁기만 했던 어떤 순간을 만날 때까지. 어딘가의 근육이 불끈불끈한다면 당신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다.
[p.128]
소설에 반드시 악역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일을 방해하는
존재만 있으면 된다. 꼭 사람일 필요도 없다. 자연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우주로
그 범위를 확장해볼 수도 있다. 관습이나 제도는 인간을 좌절시키는 좋은 재료다.
[p.161]
작가에게 환금은 위로다. 별 이상한 데서 위로를 받네 싶겠지만, 실제로 좋지 않은 일을
겪고 있는 동료 작가들을 위로하다가 "나중에 돈으로 바꾸세요" 하는 말을 건넸을 때
그들이 보여준 반응을 보면, 역시 작가들은 별 이상한 데서 위로를 받는 게 분명하다. 농담처럼 가볍게
던진 말에 너무나 깊은 안도의 반응이 돌아온 것이다. 우리가 우리 삶으로부터 분리되어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안거리다.
[p.223]
기대만큼 그렇게 막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었어요.
그러니 SF 소설만큼 흥미진진한 내용을 기대하신다면 SF 소설 코너도 함께 찾아보시길.
저에게도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입니다.
기분 나쁜 일을 겪었을 때 그 경험을 소설로 옮기는 '환금 소설'도 써봤고요.
누구에게나 삶은 큰 고통을 안겨주는 덩어리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 속에서 글이나 음악, 누군가의 말로부터
큰 위안과 힘을 얻습니다.
SF 소설을 쓰고자 하는 작가님, SF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배명훈 작가님의 수필 'SF 작가입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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