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균 작가님의 소설 '하얀 로냐프강'입니다.
저는 록밴드 네미시스의 팬이에요.
공연을 매번 보러 다니는 열심이 팬이라기보다는, 노래를 즐겨듣는 조용한 팬이었는데..
요즘, 예전에 나온 그들의 노래를 다시 찾아듣다 '하얀 로냐프강'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네미시스 드러머 정의석 님이 동명의 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아 작사하신 노래. ^^
어떤 소설이기에 이런 아름다운 노래가 나오게 된 걸까...*^^*
원작소설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무려 8권...ㄷㄷ
그래도 소설이 무슨 내용인지는 궁금했기에..
근처 도서관을 찾아 대여했습니다.
2006년에 나온 개정판~ 구비된 도서관이 없어서 얼마나 헤맸는지...ㅠㅠ
1부 세 권, 2부 다섯 권.. 전부 여덟 권인 긴 소설 '하얀 로냐프 강'
얼마나 길든...
여덟 권을 읽어보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으니까...
큰 각오를 하고 첫 장을 펼쳤습니다. ^^
잠시동안 침묵이 흐르고, 어렵게 라벨이 입을 열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채였다.
"당신의 카발리에로가 되고 싶습니다."
카발리에로. 어디서 들어 본 듯한 낭만적인 단어라는 생각을 한 순간,
레젠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한 몸을 가까스로 추슬러야 했다.
"멜, 멜리피온!"
"허락해 주십시오."
라벨은 고개를 숙인 채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놀라움, 감격, 당황스러움 등의 모든 감정이 뒤엉겨
레젠의 머릿속에 헝클어뜨리고 있었다.
왠지 눈물이 나려고 했다.
[1권 p.159]
'당신의 카발리에로는 이 하야덴이 수십 조각으로 잘린다 하더라도 당신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당신의 생사조차 알 길이 없지만 마지막 순간엔 당신의 차가운 시신이라도 만날 수 있겠지요.' [1권 p.314]
'우리는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만나기 위해 잠시 떨어졌던 겁니다. 이렇게 다시 만나도록.
우리, 이제 다시 한 번 헤어지지만 또다시 만난다면 그때엔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1권 p.444]
문득 퀴트린이 서 있던 자리로 시선을 옮겼을 때, 아아젠은 자신의 목을 쳤어야 했던 하야덴이 바닥에 꽂혀
그 몸을 부르르 떨고 있고, 사모하는 기사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친 것은 하야덴이 아니라 그 기사의 무거운 한 마디 말이었다.
"당신의 카발리에로가 되고 싶습니다."
너무나 먼 곳에서만 들리던 생경하고 아름다운 단어였다.
[2권 p.187]
그녀의 옆에 서 있던 퀴트린은 조용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말이 없었다. 입을 열면
그녀와 그 주위를 감싸 안은 행복한 고요가 부서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로냐프 강은 변함없이 아름답군요."
퀴트린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의 시선은 멀리 로냐프강 저편에 가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퀴트린은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이제 그는 기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사들의 예법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는 편한 자세로 캐론샤 언덕을 덮은 키 자란 풀꽃들 사이에 앉았다. 아아젠도
다리를 모으고 손으로 무릎을 안은 채 그의 옆에 앉았다.
"... 당신을 닮았습니다, 아아젠."
[2권 p.268]
퀴트린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품에 안긴 아아젠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숨을 죽이고 흐느끼고 있었다.
'당신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겠습니다, 아아젠.'
[2권 p.405]
"알겠습니다."
퀴트린은 고개를 숙인 아아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눈은 차분했다.
"지키겠습니다."
아아젠이 살며시 고개를 들자 퀴트린의 눈과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퀴트린은 고요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었다.
"당신의 소중한 것을."
퀴트린의 말은 조용히 있지만 힘이 있었다. [3권 p.58]
"제 행복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어요. 만약 제가 선택할 수 있다면
선택하겠어요. 선택받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산다는 것 자체를 포기할 거예요."
[3권 p.365]
"한 가지만 가르쳐 주세요."
라벨이 문득 입을 열었다.
퀴트린은 하야덴을 쥔 손에 힘을 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으로 말했다.
"세상을 버리면서까지 지켜야 할 것이었나요?"
'세상을 버리면서......'
퀴트린은 라벨의 말을 입 안에서 반복해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아젠을 선택하기 위해
퀴트린은 모든 것을 포기했고, 사랑했던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려야 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 가치가 있었던
일인지, 그것을 라벨은 묻고 있는 것이었다.
"다시 선택을 해야 한다면,"
퀴트린은 마지막으로 라벨을 향해 형으로서의 따뜻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난 주저 없이 한 번 더 세상을 버릴 거다, 라벨."
[3권 p.548]
소설 '하얀 로냐프강'은 국내 판타지문학의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라고 해요.
간단한 줄거리는 대륙 최고의 기사 퀴트린이 한 시녀 아아젠과 사랑에 빠져
지위와 명예를 버리고 전쟁터를 전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음유시인 아아젠의 노랫말과,
기사 퀴트린의 말들이 너무너무 아름다운 소설이에요. *^^*
하야덴이라는 칼을 바닥에 탁, 꽂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당신의 카발리에로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귀족 아가씨를 평생 지키겠다고 맹세하는 기사의 의식도 너무 멋있어요. ^^*
낭만적인 프러포즈...//^^///
네미시스 오빠들이 20대 초반에 왜 이 소설에 감동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
문장에 멜로디를 씌우면 그것이 곧 노래가 되는 아름다운 소설 '하얀 로냐프강'
지금 1부 세 권 다 읽고, 2부 읽고 있는데... 2부도 너무 재밌어요. ^^
출간된 지 꽤 오래된 작품인데도 불편함 없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소설.
역시... 클래스는 영원합니다. *^^*
'하얀 로냐프 강' 2부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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