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무탈한 오늘

하얀 종이 2019. 5. 20. 16:24

 

 

 

 

 

문지안 작가님의 수필 '무탈한 오늘'입니다.

 

 

편안히 읽을 수필을 찾던 중,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스러운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

 

 

두 번의 대학시절과 암 투병...

 

누구보다 치열하게 버텨온 강한 작가님이

 

비로소 찾은 평온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에요.

 

 

 

대학교에서 실험동물을 접한 뒤, 공부를 그만두고

 

반려동물들과 함께 수제가구 공방 '애프터문'을 운영하며

 

무탈한 삶을 살아가는 문지안 작가님.

 

 

평화로운 사진과 글을 읽으면서 저의 마음도 한결 차분해졌습니다. ^^*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는 인연이 있고

모든 인연의 끝에는 헤어짐이 있다.

끝이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사는 동안 더 많은 존재와

좋게 닿았다가 헤어질 수 있겠지.

 

닿아있는 시간이 따사롭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p.19]

 

 

 

 

 

 

 

 

 

 

 

 

 

 

 

나는 목이 빠지게 기다린 사람을 떠난 적도 있고

기다리다 지친 이를 떠난 적도 있지만,

너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p.35]

 

 

 

 

 

 

 

 

 

 

 

 

 

 

 

그들에게 당신은

 

두려움 없이 몸을 맡기고,

아플 때 머리를 비비고,

발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이다.

매일 봐도 하루 내 기다리고,

볼 때마다 반가운 사람이다.

 

당신은 긴 인생 중 십여 년 그들을 사랑하지만

녀석들이 당신을 사랑하는 시간은

그들의 평생이다.  [p.81]

 

 

 

 

 

 

 

 

 

 

 

 

언젠가 우리가 헤어진다면 서로를 잃어버리는 식이 아니라

나만 너를 잃는 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에

닿아있는 이 여린 시간의 줄을 조금 더 길게,

부디 조금만 더 길게.

[p.109]

 

 

 

 

 

 

 

 

 

 

 

 

 

 

 

당신의 젊은 날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나중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p.141]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없기에

모든 것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게 마련이다.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그 흔적이 아름다운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 정도일 뿐.

 

가구도, 사람도,

시간의 흔적이 남지 않게 하는 것보다

근사하게 남게 하는 쪽이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흔적을 우아하게 담는 존재의 안쪽은

무척 촘촘하고 단단할 것이라 믿고 있다.  

[p.217]

 

 

 

 

 

 

 

 

 

 

 

 

 

 

 

가구 디자인을 의뢰받고, 주문받은 가구를 만드는 작가님의 손길은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는 것만 같은 정성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럴 테죠.

 

길고양이, 집앞을 서성이는 개 한마리도 스쳐지나갈 수 없는

 

문지안 작가님의 착한 마음.

 

 

공방을 가득 채워주는 개들과 고양이들도

 

너무나 사랑스러웠어요. ^^* 

 

 

너무 힘들고 아팠던 시간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것을 오롯이 견뎠기에

 

작가님의 일상이 이토록 보드랍고 무탈한 거겠죠. ^^

 

 

누구보다 강한 문지안 작가님의

 

평화로운 일상을 담은 수필 '무탈한 오늘'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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