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0'입니다.
해마다 열리는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는
작가님들의 기발하고 재치 넘치는 장르소설 수상작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해마다 나오는 이 시리즈가 나올 때면 또 얼마나
재미난 장르소설을 만나게 될까 기대하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읽은 책 속 소설들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엄성용 작가님의 소설, 미세먼지가 심해져 담배가 마약으로 취급되는 근미래
그리고 일본 오컬트 괴담을 소재로 다룬 '롸이 롸이'
신스틱 작가님 소설, 우주사회에서 인간이 가장 열등한 존재가 되는 SF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희림 작가님의 소설, 한 권의 책에 목숨을 거는 3대를 다룬 이야기 '용옹기이'
반치음 작가님 소설, 어느 날 갑자기 미디어에 노출된 보통 여성 직장인의 이야기 '구독하시겠습니까'
권혜린 작가님의 소설, 욕 합창으로 돈을 벌며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가족들의 이야기 '페이스트리'
모두 흥미진진한 작품들이었어요.
갑자기 의도치 않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선미가 놀라 쳐다보는 게
보였다. 하지만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으하하하."
지금 이 상황, 기가 막히게 웃기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다.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전국의 미세먼지는 모두 해결되겠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를 것이다. 롸이 롸이 롸이라, 하고.
"담배 끊자, 얘들아."
혹시 모르니 금연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롸이롸이' p.84]
"아니요, 박사님. 이제 보니 콤플렉스는 극복되는 게 아닙니다.
사라지지 않아요. 그저 다른 대상에게로 전이될 뿐이죠."
K는 아주 새로운 이론을 폈다.
"전이된다고요?" 내가 말했다.
"그럼 당신의 콤플렉스는요? 어느 대상에게 전이됐나요? 구글에게요?" 라고 농담처럼 덧붙였다.
K는 웃었다. 그 웃음도 꼭 네오테리언 같았다. 그가 말했다.
"실례지만 박사님, 왠지 제 콤플렉스가 박사님에게 전이된 느낌이에요.
아시겠어요? 이게 박사님이 꼭 제 콤플렉스 같단 말입니다."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p.114]
"어디까지 왔어?"
어디까지 왔어? 형은 기대와 걱정 속에서 나를 기다리며 그렇게 수차례
문자를 보냈다. 나는 쉽게 답을 할 수 없었고 거짓말도 할 수 없었다. 아내는
꼼지락거리면서 어디까지 왔냐고 다시 물었다. 진짜로 어디까지 왔는지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안심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형에게 하지 못했던 대답을 했다.
"아직 가고 있어."
['용옹기이' p.156]
꿈을 꾸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방 안. 그곳에는 미이와 정육면체의
나무 상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다
상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지 않았지만 저 안에 뭐가 든 건지 알 것 같았다. 두려웠다.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멈출 수도 없었다. 들여다본 상자 안에는
미이가 들어 있었다. 미이는 온갖 관절이 기이하게 꺾인 채 틀 안에 딱 맞게 넣어져
있었다.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 웃는 것처럼 보였지만 눈은 겁에 질려 있었다.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눈도 감기지 않았다.
['구독하시겠습니까' p.191]
아빠는 페이스트리를 한 입 베어 문 뒤 핸드폰 불빛으로
페이스트리의 단면을 살폈다. 나도 아빠를 따라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페이스트리의
단면을 보았다.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구멍과 구멍 사이에는
얇은 막들이 층을 이루고 있었다. 거미줄 같았다. 그 거미줄에 걸려
우리는 아무 데도 갈 수 없었다. 그 구멍이 내 가슴에 뚫린 것 같았다.
['페이스트리' p.227]
다섯 편 모두 흥미로운 내용이었지만
저는 그중 엄성용 작가님 작품 '롸이 롸이'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권혜린 작가님 작품 '구독하시겠습니까'도 인상깊은 소설이었어요.
희림 작가님 작품 '용옹기이'는 익숙한 동네가 주 배경이라
참 친근했어요.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작품은 소설로 하여금
웹툰, 드라마, 영화 등
2차 창작물로 만드는 것을 취지로 발굴해낸 작품들이죠.
이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다른 장르로 만들어졌을 때
또 얼마나 즐거운 작품이 될지 기대됩니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0'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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