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당신이라는 안정제

하얀 종이 2016. 1. 26. 16:27





김병수 의사선생님, 김동영 작가님의 책 '당신이라는 안정제'입니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라는 여행수필로 유명하신 김동영 작가님.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도 여행수필인가 생각했는데... 가볍지 않은 내용의 에세이였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김동영 작가님에게 '공황장애'라는 병이 찾아왔고


김동영 작가님과 김병수 선생님은 한 달에 한두 번 만남을 갖습니다.


진료실에서는 환자와 주치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책 속에서는 병원에서는 결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앞부분은 환자 김동영 작가님의 이야기,


뒷부분은 주치의 김병수 선생님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포개지듯 연결되네요.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아무리 잘 드는 약을 먹는 것보다

누군가의 애정 어린 말 한마디나 따스한 손길이

부자연스럽게 부들거리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는 때가. [p.35]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죠.

움직임을 느낄 수는 없어도, 한순간도 멈춰 있지 않은 지구의 판처럼 말이죠.

누군가 바닥을 헤매며 지독히 괴롭더라도, 살아 있다는 것은 마치 이 세상 구석구석

바람이 스며들듯이 또다른 누군가를 향해 기운을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p.87]
















난 계절의 첫날 불어올 바람을 타고 갈매기처럼 다시 창공을 가르며

날아오를 겁니다. 그럼 내가 동경만 하고 아등바등 따라가던 모든 걸 반드시 하게 될 것입니다.

'조만간' 말이죠. [p.164]

















당신이 느끼는 고통과 불안은, 당신이 더이상 떠나기만 하는 존재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내면의 목소리입니다.

당신이 느끼는 고통과 불안은, 당신이 더이상 혼자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또다른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느끼는 고통과 불안은, 당신이 꿈을 좇아 어디론가 떠나더라도

현실을 더 많이 기억해두라고 알려주는 목소리인 겁니다.

[p.279]
















치유는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켜놓겠다는 목표 지점에 도달했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 그 자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치유는 어떤 목적을 갖고 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풍부하고 활발할 화학작용이 일어날 때 생기는 부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p.333]

























다른 의과나 마찬가지지만 정신과는 무엇보다 환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의과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몸이 아프면 심적으로도 힘들어지는 게 당연한데,


정신과 환자분들은 '마음' 자체가 아픈 사람들이니까.


환자가 병으로 아프기도 하지만, 주위의 편견으로 인해 더 힘든 게 정신과 치료라고 생각해요.


또한.. 정신과는 어떤 의과보다도 '마음'이 가장 중요한 치료제입니다.


경우에 따라 약물치료도 필요하지만, 서로의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한다니...


정신과 의사는 정말 대단한 직업인 것 같아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도 솔직히.. '공황장애'에 대해 100%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호흡곤란, 죽음과 맞서는 공포, 수면장애...


그 어떤 단어가 실제로 그 병을 앓는 분들의 아픔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이 책에서 김병수 선생님은 말합니다.


의사는 병을 고치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가 병을 극복하는 것을 그저 곁에서 지켜봐주는 사람이라고.


 


환자가 자기 병을 드러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작가님처럼 이름이 알려진 분이 정신적인 병을 드러내는 것은


예전의 여행수필 속의 자신처럼 세상에 당당하게 나서고 싶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읽으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상처 위에 딱지가 덮히는 기분..


머지않아 이 딱지도 날아가고 보송보송 새살이 돋아나리라는 희망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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