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작가님의 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입니다.
개정판으로 나온, 산뜻한 노랑색 표지의 얇은 소설책. ^^
김연수 작가님이 팬들을 위해 쓴 특별판 소설.
그래서 김연수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쉬어가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으셔도 좋을 것 같아요. ^^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선영, 광수, 진우입니다.
세 사람은 대학 동창이고 대학시절 선영과 진우는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헤어진 사이입니다.
광수는 그 시절부터 선영을 짝사랑했고 지금 광수와 선영은 부부입니다.
그들의 기억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진우가 '얄미운 사람'이라는 노래를 부른 곳이 광수와 선영의 결혼식날 신부대기실에서인지, 피로연인지..
진우가 선영의 집앞에 찾아와 운 것이 선영이 때문이었는지, 다른 여자 때문이었는지..
선영이 결혼식날 든 부케가 언제부터 부러져 있었는지..
유치하게 옛 추억을 갖고 티격태격 다투다 진우가 혼자서 결혼식 복장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소설입니다.
미혼녀에서 유부녀로 바뀌는 건, 뭐랄까 호두를 깨무는 일과 비슷하다.
애당초 허기진 배를 채우겠다고 깨문 게 아니다. 왜 먹지 않고 놔두느냐는 주위의 채근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 먹을 게 없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p.14]
왜 우리는 사랑을 '맺거나' 사랑을 '이루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그건 사랑이란 두 사람이 채워 넣을 수 있는 가장 깊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집어넣어도 그 관계는 채워지지 않는다.
[p.45]
처음에는 두 사람이 함께 빠져들었지만, 모든 게 끝나고 나면 각자 혼자 힘으로 빠져나와야 하는 것. 그 구지레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뼛속 깊이 알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다. [p.47]
기억이 아름다울까, 사랑이 아름다울까? 물론 기억이다. 기억이 더 오래가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필요하지만, 기억은 혼자라도 상관없다. 사랑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가 덧정을 쏟을 곳은 기억뿐이다.
[p.105]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네. 그 사실이 얼마나 아쉬운 것인지, 그러면서도 그게 또 얼마나 마음 편하게 하는 것인지,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며 광수는 뼈아프게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자라나 어른이 된다지만, 어른들은 자라나 무엇이 될까?
[p.119]
저는 스물만 넘으면 자연스레 어른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무엇이든 혼자 척척 해내고, 모르는 게 없는 어른이요.
하지만 스물을 훌쩍 넘긴 지금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뭐라고 말해야 할지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입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세 사람도 기억이 제각각이고, 모르는 것도 많은 '보통 어른'입니다.
작가님은 그 부분을 이 얇은 소설에서 표현하셨어요.
나도 나를 모르는데, 사랑은 어찌 알겠느냐고.
'사랑'에 대한 시 같은 명언이 그득 담겨진 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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