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이사장 서명숙 선생님의 책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입니다.
제주 해녀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에세이에요.
여행 에세이나 자서전도 좋지만, 특별한 직업을 가진 평범한 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참 좋죠.
오랜 시간 기자 생활을 해오신 서명숙 선생님의 만만치 않은 필력이 해녀들의 치열한 삶을 더 돋보이게 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엔 그분들이 그저 먹고 살기 위한 생존의 목적으로 해녀라는 직업을 택한 줄로만 알았는데,
참으로 다양한 사연과 바닷물보다 짠 눈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살암시민 다 살아진다(살다 보면 다 살게 된다)."
[p.28]
"물질하는 날에는 오늘은 뭘 잡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요.
세상에 그 어떤 직업이 매일매일 기대를 갖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만들까 싶어요. 나갈 때마다
바다는 늘 상태가 다르고, 잡히는 물건도 다르지요.
늘 똑같은 날이 없는 해녀라는 직업이 나는 정말 좋아요." [p.55]
욕심 내지 말라고,
물건은 또 만날 수 있지만 목숨은 하나뿐이라고.
[p.168]
"물건에는 욕심을 내면 안 돼요.
하지만 배우는 데에는 욕심을 내야 합니다."
[p.233]
자고로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는 옛말처럼 모든 걸 다 누릴 수 있는
파라다이스는 없는 법이다. 인생의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가 문제일 뿐.
[p.253]
해보자고, 한번 해보면 의외로 쉽다고.
[p.263]
해녀들이 살아남기 위해,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어떻게 버텨왔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어린 나이에 물질하는 게 너무 싫고 창피해서 처음 뛰어든 바닷물 속에서 며칠을 펑펑 울었다는 해녀,
물질하다 나와서 마주친 남자형제들과 친구들이 학교 다녀오는 모습을 그저 하염없이 지켜봤다는 해녀,
엄마와 이모들처럼 물질을 하고 싶어 나이가 차기만 기다렸다 처음 물질하러
바다에 뛰어들던 영광의 순간을 지금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말하는 해녀...
숨을 참고 바닷속을 누비다 전복처럼 값진 물건을 만났을 때,
눈앞에 보이는 그것보다 자신의 몸 안에 남은 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욕심내지 말라고 해녀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그것보다 배움에 있어서 욕심을 내라는 말도 덧붙이죠.
작년에 제주도에서 본 해녀들과 해녀촌과 자세히 알지 못했던 4.3사건에 대해
여러가지로 느끼는 점이 많은 책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삶에 대해,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온 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어요.
고맙습니다. ^^
'책읽는 여자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0) | 2016.08.19 |
---|---|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0) | 2016.08.05 |
7년의 밤 (0) | 2016.07.14 |
심리학 초콜릿 (0) | 2016.07.04 |
웃음 (0) | 2016.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