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하얀 종이 2016. 8. 19. 16:36

 

 

 

 

김연수 작가님의 장편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입니다.

 

낭만적인 제목과 문장으로 유명한 작품이죠.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일은 나의 일이었다.'라는 문장은

작업 문장으로 유명하기도 하구요...ㅋㅋ

 

제가 갖고 있는 책은 2012년에 산 책인데, 작년에는 개정판도 나왔더라구요.

 

 

 

소설은 친어머니를 찾고자 미국에서 한국으로 온 입양아 카밀라의 이야기입니다.

 

 

카밀라는 양모에게서 전달받은 6개의 상자 속에서 찾은 

자기가 미국으로 입양되기 직전 친어머니와 함께 찍은 24년 전의 사진 한 장을 들고

 

그 사진 속의 풍경인 남쪽 항구도시 진남을 찾아옵니다.

 

어린 엄마가 동백꽃이 핀 학교 뒤뜰에서 아기였던 카밀라를 안고 찍은 그 사진.

 

 

카밀라라는 이름도 양모가 그 사진을 보고 동백이라는 뜻의 영단어 카밀라를 딸 이름으로 지어준 거라죠.

    

카밀라는 친모 '지은'이 진남여고에 다니던 열일곱 살 나이에 카밀라를 낳았고,

자신의 입양 직후 친모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카밀라는 엄마가 아닌 아버지를 찾기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카밀라는 저마다의 다른 '진실'을 주장하는 여러 인물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죠.

 

친모 정지은이 다녔던 진남여고 교장 신혜숙, 엄마의 학교 친구였던 김미옥, 도서반 지도교사였던 최성식.

 

 그들이 기억하는 '진실'은 세월이 흐르면서 구겨지고 비틀어져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됩니다.

 

카밀라의 아버지가 지은의 오빠였다, 도서반 지도교사 최성식이다, 원래 지은은 걸레였다는... 뿌리도, 증거도 없는

말 뿐인 진실들...

 

카밀라의 입양과 친모 지은의 자살은 결국 어린 모녀를 둘러싼 추문 때문이었습니다.

 

 

지은이의 아버지는 자신이 주도한 쟁의를 당국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동료 노동자들이 희생되자, 타워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다가 결국 바닥으로 스스로 몸을 던집니다.

 

이 비극사태는 함께 죽음을 맞은 동료의 자녀,

지은과 미옥의 우정도 파괴하고 결국 지은의 죽음이라는 또 다른 파국으로 이어집니다.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일어나죠.

 끔찍한 곳이에요, 여기 우리가 사는 세상은.”

[p.50]

  

 

 

 

 

 

 

 

 

 

 

 

 

 

  

 

 

그 우주는 우리가 알던 모든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기에 어떤 경우에도 낯익은 공간이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외로울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외롭다고 할 수 없었다.

[p.124]

 

    

 

 

 

 

 

 

 

 

 

 

 

 

 

 

 

모든 것은 두 번 진행된다. 처음에는 서로 고립된 점의 우연으로, 그다음에는 그 우연들을 연결한 선의 이야기로.

우리는 점의 인생을 살고 난 뒤에 그걸 선의 인생으로 회상한다.

[p.201]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p.228]

  

 

 

 

 

 

 

 

 

 

 

 

 

 

 

 

  

  

  

내 안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네가 나왔다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경험인지 네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있는 입술이 내게는 없네.

네 눈을 빤히 쳐다보고 싶지만,

너를 바라볼 눈동자가 내게는 없네.

너를 안고 싶으나, 두 팔이 없네.

두 팔이 없으니 포옹도 없고,

입술이 없으니 키스도 없고, 눈동자가 없으니 빛도 없네.

포옹도, 키스도, 빛도 없으니, 

슬퍼라, 여긴 사랑이 없는 곳이네.

[p.229]

  

 

 

 

 

 

 

 

 

 

 

 

 

 

  

 

 

낮과 밤은 이토록 다른데 왜 이 둘을 한데 묶어서 하루라고 말하는지.

 마찬가지로 서른 이전과 서른 이후는 너무나 다른데도 우리는 그걸 하나의 인생이라고 부른다.

[p.251]

 

  

 

 

 

 

 

 

 

 

 

 

 

 

 

 

 

  

우리는 이제 안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이룰 수 없는 일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아니,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다는 걸. 그렇다면 꿈꾸었으나 이루지 못한 일들은, 사랑했으나 내 것이

될 수 없었던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p.287]

  

 

 

 

 

 

 

 

 

 

 

 

 

 

 

 

 

 

 

 

 

  

결국 카밀라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찾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소설을 읽는 목적은 그게 아니죠.

 

누구의 딸이든, 어떤 방식으로 어느 곳에서 성장했든 우리는

태어난 자체만으로도 이미 축복받은 존재라는 것을

 

김연수 작가님은 이 소설에 담아 우리 독자들에게 전달해주신 것 같아요

 

 

파도가 바다의 일이듯, 서로를 사랑하는 것 또한 우리의 일이겠죠. ^^

 

솔직히 처음 읽었을 당시에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여러 번 읽고 나니 어떤 느낌인지,

문장 하나하나가 참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묵은지 같은 작품...ㅋㅋㅋ;;

 

 

 

역시 밀리언셀러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사랑받는 작품은 그만큼의 이유가 있는 것이겠죠.

 

진실보다 아름다운 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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