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님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입니다.
2011년, 이 책이 나왔을 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었고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같은 제목의 영화도 제작되었죠.
저는 처음에 이 소설의 제목만 보고 그저그런 연애소설이려니 생각했었는데... 내용은 제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습니다.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책이나 사람이나... 얼굴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자존심 세지만 착한 체고생 한대수와 얼굴은 예쁘지만 성격은 센 여고생 최미라는 각자 다른 고민을 하던 중에
우연한 계기로 서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던 두 사람에게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덜컥 아이가 생겨버리고,
어린 부부는 아름이라는 이름의 아들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선천적 조로증을 갖고 태어난 아름이.
아이는 원인도 모르는 그 병 때문에 열일곱인데도 여든 셋의 신체 나이를 갖게 되죠.
부모보다 늙었지만 긍정적으로 살아가던 소년 아름이는 비싼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방송을 타게 되면서 이서하라는
자신처럼 아픈 동갑내기 여자 아이를 알게 되고, 그 아이와 서로 보지도 못한 채 메일만을 주고 받으며 첫사랑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아름이의 병세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서하의 정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그녀는... 몸도 건강하고, 좋지 않은 의도로 아름에게 접근한 아저씨였죠. 서하가 누군지 알게 되면서 아름이의 건강상태가 더더욱 악화되고
그렇게 좋아하던 글마저 못 쓰게 되고 중환자실로 옮겨집니다.
아름이는... 아름다운 소설 한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p.7]
어머니의 배는 둥근 우주가 되어 내 온몸을 감쌌다. 그리고 그 아득한 천구 위로 각각의 점과 선으로 이어진 별자리 다섯 개가
띄엄띄엄 펼쳐졌다. 부드럽고, 따뜻하며, 살아 있는 성좌들이었다. 어머니의 친구들은 신기한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곤 동시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p.40]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
“그러니까 너는,”
“네, 아빠.”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p.50]
“저는 마음보다 몸이 빨리 자라서, 그 속도를 따라가려면 마음도 빨리빨리 키워놓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p.129]
모든 고통에는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위로가 되지 않았지.
내게 필요한 건 의미가 아니었거든.
나는 그냥 내 나이가 필요했어.
그리고 지금도 그게 참 갖고 싶어. [p.267]
“세상은 참... 살아 있는 것투성이구나. 그지?” [p.296]
여든 살의 할아버지와의 우정, 열일곱 살 동갑내기 소녀와의 사랑 그리고 젊지만 늙은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
문장 한줄한줄 눈물을 머금은 슬픈 소설입니다.
젊다는 것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늙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그리고 자신의 생이 남들보다 4분의 1밖에 안되는 걸 알고 살아가는 삶은 어떤 풍경일까요.
영화도 감동이지만, 소설은 더할 나위없이 슬프고 아름다웠습니다.
세상에 별의별 사람이 살듯, 온갖 병도 같이 살고 있죠.
그게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것도 세상이 주는 의미가 담긴 메시지 같기도 해요.
그리고 더 그들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도 하구요.
문장 한줄한줄, 눈물을 참으며 읽느라 목이 너무 아팠습니다...ㅠ.ㅠ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여전히 밀려드는 감동과 슬픔~~~ㅠㅠㅠㅠㅠ;;
이런 소설을 읽으며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안고 살아간다는 건,
참 행복한 인생입니다. *^^*
멋진 작품,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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