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대도시의 사랑법

하얀 종이 2019. 9. 17. 15:13





박상영 작가님의 연작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입니다.



작년, 젊은 작가상 작품집에서 박상영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ㄷㄷㄷ;;



어디서 이런 파격적인 소재를 과감하고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신인작가가 나타난 걸까요...? *^^* 



표지가 정말 이쁜데, 내용은 정말이지... 파격적입니다. ///^^///



'재희' '우럭 한점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 모두


'영'이라는 화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소설입니다.



동성애자 남자와 이성애자 여자의 동거, 동성애자의 가족 이야기,


'영'의 30대 시기의 이야기, 이별 후의 이야기...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새로운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

















심지어 마지막 편지에는 "상실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소중함도 있어. 네가 그래"라고

어디서 베껴 온 건지 뭔지 모를 말까지 써놔서, 얘가 술 먹고 편지를 쓴 게 분명하다 싶다가도

괜히 감동 같은 것까지 받게 되어버렸다.   ['재희' p.19]

 

 














 

그렇게 한참 동안 의미 없는 메시지를 주고받다보면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처럼

모든 게 다 부질없어지곤 했는데, 그가 나에게 (어떤 의미에서든)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벽에 대고서라도 무슨 얘기든 털어놓고 싶을 만큼 외로운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그런 외로운 마음의 온도를, 냄새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우럭 한점 우주의 맛' p.90]

 

 

 

 














- 예전부터 우주의 원리에 관심이 많기는 했어요. 궁금하잖아요.

세상이 왜 이렇게 생겨 있는지. 나는 왜 이런 꼴인지. 이 크고 넓은 세상에 별은 또 얼마나 많으며

나란 존재는 얼마나 하찮은지, 뭐 그런 생각.

- 그렇죠. 인간은 하찮죠. 하찮기 그지없죠.

개중 가장 하찮은 게 그의 개똥철학 같기는 했지만. 그는 깊게 한숨을 쉰 후

사뭇 진지한 음성으로 한마디 더 덧붙였다.

- 그런 생각을 하면 한없이 외로워져요.

['우럭 한점 우주의 맛' p.104]

 

 

 













그를 안고 있는 동안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마치 우주를 안고 있는 것처럼.

['우럭 한점 우주의 맛' p.180]

 

 

 

 













 

우리가 같은 집에서 잠들었던 마지막 밤, 나는 먼저 잠든 규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느 때처럼 죽은 듯이 자는 규호. 너는 왜 잘 때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걸까. 꼭 눈치를 보고 있는 것처럼.

아무리 오래 살아도 언제나 남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것처럼.

그것은 내 탓일까 네 탓일까. 아니면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었던 걸까.

['대도시의 사랑법' p.249]

 

 

 

 












프런트에서 직원의 수상쩍은 시선을 받으면서도, 그가 일러준 넘버의 방문을 두드리면서도,

나는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 내가 뭘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여줄 준비가 된 게 인생이었으니까.

['늦은 우기의 바캉스'  p.262]

 

 

 

 

 














나는 결국 풍등에 두 글자만을 남겼다.

규호.

그게 내 소원이었다.

['늦은 우기의 바캉스' p.309]





















박상영 작가님이 소설을 너무나 실감나게 쓰셔서...


'혹시... 자전적인 이야기인가...?'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책이었어요. //



작가님이 말씀하신 '대도시'는 아마도...


'글로벌'의 의미를 담고 있는 건가 봅니다. *^^*




표지가 너무 상큼해서


소설 내용도 달콤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가닿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간접적이나마 맛본


흥미로운 소설이었어요. ^^



세상은 넓고 사람은 참 각양각색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책 '대도시의 사랑법'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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