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하얀 종이 2020. 12. 30. 14:00

 

황인숙 작가님의 수필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입니다.

 

40년동안 해방촌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캣맘으로 살아가시는 황인숙 작가님.

 

 

 

작가님이 해방촌에서 사람들과 어울려살면서

겪은 일상 이야기,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으로 살아가며 경험한 일들,

 

나이를 먹어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이야기로 꾸며진 책입니다.

 

 

 

 

 

 

 

 

 

 

 

 

 

 

 

 

 

 

 

 

아, 나 뭐 이렇게 사냐?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르지만, 인생이 꼬이는 것도 

다 그럴 만해서 그럴 터, 살아내다보면 답이 보일지도.
 그래도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당장 생각나는 건 없다만...... 만사를 잊고 자야지. 

내일 깨서 생각해야지. 잠이 보약이다. 근심으로 잠 못 이루는 친구들이여, 만사를 

잊고 주무세요. 부디 좋은 꿈을 꾸세요.

[p.24]

 

 

 

 

 

 

 

 

 

 

 

 

 

 

 

 

나도 최후에 웃는 자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미신을 버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매번 행운을 믿고 끝까지 카드를 받으니, 행운에만 

기대지 않는 사람보다 원하는 카드를 받을 확률이 높을 수밖에. 숱한 실패를 

거듭하는 와중에 말이다. 스트레이트플러시는 끔찍하게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려고 포커를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p.75]

 

 

 

 

 

 

 

 

 

 

 

 

 

 

 

다리에 힘이 없어져서인가, 어찌나 자주 넘어지는지 무릎에 딱지가 가실 새 없다. 

예전에도 잘 넘어지는 편이었지만 발목을 겹질러도 툴툴 털고 일어나 

파스 한 장 붙이면 그만이었다. 이젠 호락호락 낫지 않으리라 싶으니 다치는 게 겁난다.
 노년이라는 것은 소외나 외로움보다도, 사고에도 범죄에도 방어 능력이 없는 

취약한 삶이라는 게 슬그머니 실감난다. 내게도 노년이, 노년이 있을 거라네. 그렇겠지?

[p.82]

 

 

 

 

 

 

 

 

 

 

 

 

 

 

 

 

 

무슨 일을 하느라 몸이 다 아프다는 말을 들을 때면 그 사람이 약해서 

그런 줄 알았다. 아프도록 힘든 일을 해서인 줄 몰랐다. 세상에는 그렇게밖에 살 

도리가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많을 것이다.

[p.190]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삶을 무르익힌다는 것이다. 삶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깊은 삶은 기품 있는 삶이다. 삶이 깊어지면 남을 생각할 줄 알게 된다. 남을 생각할 줄 

안다는 건 기품의 기본이다. 세월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그 기품. 이것이 아름다움 아닌가?

[p.236]

 

 

 

 

 

 

 

 

 

 

 

 

 

 

 

 

 

 

 

 

 

평범하고 담담하지만 뭔가 자기만의 단단한 세계와 나름의 계획이 있는 것 같은

 

황인숙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느꼈습니다.

 

이 분 진짜 멋있다...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는 세상 속에서 황인숙 작가님처럼

담담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일은

 

보통의 내공이 아니고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길고양이들을 돌보며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하지만

 

고양이들을 굶길 자신이 없어 길냥이들의 사료와 물을 챙기는 일을

 

도저히 그만 둘 수 없으시다는 작가님.

 

 

인생은 힘듦과 슬픔, 고난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라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슬프고 힘든 일이 많은 한해였습니다.

 

모든 이들이 겪은 코로나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힘들었던 2020년이었습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정말 별것 아닌 말 한마디, 길에서 마주친 풍경,

사람들의 작은 선물과 책이 건네는 위로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슬프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일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닌 2020년의 끝자락...

 

 

 

 

황인숙 작가님의 수필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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