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철 작가님의 에세이 '좋아서 웃었다'입니다.
제목이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글도, 사진도 참 감성적이고 패셔너블하다 생각했는데.. 작가님이 'GQ korea'라는 패션잡지 에디터시네요. 어쩐지...^^*
이 책은 각 장의 제목이 그냥 그날의 날짜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재미가 느껴지는 책이에요. ^^;;
일부러 작은 사이즈를 가졌다.
신지 않으려고.
일없이 꺼내어 보려고.
헛되이 만지기나 하려고.
실은 이 한없이 보드라운 신발이 내게 전혀 어울리지 않음을 안다.
알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란...
[p.29]
목련은 남의 집 담장 안에 핀 것을 오가며,
개나리는 터널로 들어가기 직전에 스치듯이.
그래야 제맛. [p.86]
빛과 인간이 만나 가장 잘한 일은
보이는 모든 것들에 이름을 붙인 일.
[p.113]
꽃은 꽃.
열매는 열매.
어쩔 수 없는 일.
[p.164]
이 얇은 컵에 입술을 댈 때마다,
와그작 씹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피의 맛, 야하다.
[p.198]
'여름방학'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말.
[p.203]
안개꽃을 눈꽃이 아니라 안개꽃이라 이름 붙인 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p.312]
처음 봤을 땐 책이 꽤 두꺼워 보여서 다 읽는 데 시간이 걸리겠구나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한 시간만에 다 읽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간의 기록으로 이루어진 책이라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마치 12월의 끝자락에 남겨진 기분...
덩그러니 남겨진 쓸쓸함이 아니고 '뭐, 그래도 잘 읽었다.. 잘 살았다..' 이런 기분이요. ^^*
패션잡지처럼.. 감성을 그득 담은 사진과 그 아래 메모같은 글귀들..
좋아서 웃는다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집니다.
어릴 적에는 너무도 당연해서 한번도 그런 게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하루 중 아주 잠시만이라도 편안한 의자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에게도, 내게도 그저 좋아서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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