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작가님의 장편소설 '씁니다, 우주일지'입니다.
여러 드라마에서 얼굴도 비추었던 배우 신동욱님은 군복무 중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도 얼굴이 보이지 않아 내심 궁금했는데... 군복무 때 얻은 그 병 때문에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해요.
CRPS는 신경손상으로 생기는 희귀병입니다.
수시로 온몸 곳곳에 통증을 느끼고 마비가 오는 질환... 이런 병이 깊어진 상태에서 연기생활은 못 하셨을 거에요.
장편소설 '씁니다, 우주일지'는 신동욱 작가님이 그렇게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쓴 소설입니다.
41살의 T그룹 CEO인 맥 매커천. 사업가로서 성공한 그는 '화성이주'라는 꿈을 품고 있지만
그에 결사반대하는 당돌한 이론물리학자 김안나 박사가 나타납니다. 그녀는 화성이주보다 우주 엘리베이터를 건설하는 게 더 낫다고 하죠.
화성이주에 많은 돈을 쏟고 있던 그는 그녀에게 설득 당하고.. 우주를 사랑하는 두 사람은 우주만큼 서로를 사랑하게 됩니다.
소설 '씁니다, 우주일지'는 맥과 안나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이어집니다.
맥 매커천은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에 필요한 소행성을 포획하러 우주로 떠나며 우주일지를 작성하기 시작하고,
김안나 박사는 맥 매커천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세월은 슬픔을 무뎌지게 만들기도 하고,
가끔은 사람을 언제나 유리한 행동만을 골라서 하게 만드는 교활한 여우로 만들기도 한다.
나는 지금 이곳에 왔다. 내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선택을 한 것이다. [p.46]
"외로움은 거대한 구멍과도 같아서, 마음속에 한번 자리를 잡자 좀처럼 빠져나가지를 않았습니다. 그렇게
마음속에 자리잡은 채로 제게 남아 있던 기억의 밝은 파편들을 모조리 앗아가려고 했습니다. 제 삶이 빠르게 침식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렇게 짙은 폭풍 속을 위태롭게 떠다니고 있는데, 어디선가 미약한 불빛이
저를 인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어둠 속의 희미한 등대처럼 말이죠." [p.100]
그저께의 경험을 겪고 하게 된 생각이 있다. 죽음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낯선 이방인이라는 생각 말이다.
죽음은 그렇게 멀리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악몽 같은 무게감에 짓눌려 더 큰 악몽들을 이끌어내지는 않을 것이다. 얼른 긍정적인
생각을 되찾아야 한다. 악몽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라나기만 하니까.
[p.214]
내가 1년이라는 찰나의 순간에 이렇게 많은 변화들을 겪게 된 것을 보면, 인간은 정말 수많은 가능성들과 수많은 순간들로
이루어진 축복받은 존재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곤 한다. 나는 단지 비범한 꿈을 꾸던 평범한 사람이었는데도 이런
변화들을 겪게 됐으니 말이다. 나는 노력의 질량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미래의 결과조차도 휘게 만들 수 있는
무거운 중력이 만들어지리라 믿는다. 미래는 그 누구도 정말 모를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의 시간을 충실하게 달려서
미래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최선이다. [p.256]
과거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록과 역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내가 지금 이렇게 일지를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p.369]
이제는 인류가 그 오만함을 벗길 바란다. 그렇게 서로 싸워봤자 더 외로워질 뿐이라는 사실 말이다. 이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우주로 향해서 이 모습을 보고 느끼길 바란다. 우리는 어둠 속에 버려진 외톨이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그러니 창백한 푸른 점 안에서라도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p.432]
시련은 얼음과도 같아서 언젠가는 녹기 마련이니까.
내가 당신을 응원하겠다.
[p.461]
소설을 쓰다보면 그게 아무리 허구일지라도 소설가 본인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 저절로 스며들게 됩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이 소설 속에서도 읽다보면 인물의 입을 빌려 작가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책의 마지막에 실리는 작가님의 글.. '작가의 우주 입문기'에서 마지막 문장이 뭉클했습니다.
시련은 얼음처럼 언젠가는 녹는다고.. 당신을 응원하겠다고.
독자에게 하는 말인 동시에 스스로에게 토닥토닥 건네는 듯한 문장.
그 생각을 하면서 작가님도 차디찬 시련을 견디며 이 소설을 쓴 거겠죠.
우주에 대한 소설을 쓰기 위해 실제로 우주에 있는 것처럼 연락수단을 다 끊고 집에서 글 작업에만 몰두했다고 하시던데...
작가님의 그 외로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소설이었어요.
배우 신동욱 님의 자서전을 읽는 것처럼, 우주 속을 둥둥 떠다니는 슬프면서도 외롭고 흥미로운 소설 '씁니다, 우주일지'
소설, 잘 읽었습니다. ^^
더불어.. 배우 신동욱 님의 건강한 활동을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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