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님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입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님의 추천사를 듣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 이제야 읽게 되었어요. //^^///
김연수 작가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추천과 극찬을 받은 책..
왜 이제야 읽게 되었나... 나는 왜 이렇게 늦된 인간인가... 후회가 들 정도로 감동적이었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최은영 작가님은 데뷔한 지 5년도 되지 않은 신인소설가입니다.
'쇼코의 미소'는 최은영 작가님의 등단작이자, 작가님에게 젊은작가상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해요.
젊은작가상... 나도 갖고 싶은 상...
완전 부럽습니다. 최은영 작가님...*^^*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쇼코의 미소'를 포함한 아홉 편의 단편소설 모두
심장을 적당한 강도로 노크하는 것처럼 느껴져.. 읽는 동안 감동의 물결이었습니다. ^^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애가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다.
[ '쇼코의 미소' p.24]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 '씬짜오 씬짜오' p.89]
충동적으로 여기에 머물기로 한 것도, 네가 해야 했던 일을 내팽개쳐버린 것도, 수도원 생활도 모두. 괜찮아.
그 이야기를 하는 한지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표정이었다. 나를 위로하려는 얼굴도 아니었고, 그저 누구나
할 수 있는 빈말을 할 때의 얼굴도 아니었다. 웃을 때조차도 상대방을 의식하는 어른들의 얼굴도 아니었다. 한지의 얼굴은 그저
자연스럽게 풀려 있었다. [ '한지와 영주' p.136]
시간은 지나고 사람들은 떠나고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억은 현재를 부식시키고 마음을 지치게 해 우리를 늙고 병들게 한다.
[ '한지와 영주' p.164]
살과 뼈가 점점 무게를 잃어가는 기분, 내 몸이 작은 열기로도 쉽게 상승할 수 있는, 속이 텅 빈 풍등이 된 기분이었다. 가는 끈만
끊어버리면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어. 누구도 나를 속박할 수 없어. 그럴 때면, 내가 아마도 노래 부르기 위해서
태어난 것 같다고, 이렇게 노래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 '먼 곳에서 온 노래' p.188]
말자는 지민이 서러움을 모르는 아이로 살기 바랐다. 흘릴 필요가 없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했다. 삶에 의해 시시때때로 침해당하고 괴롭힘당하지 않기를 바랐다. 지민은 삶을 견디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기꺼이 누리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 '비밀' p.254]
최은영 작가님은 소설 속에서 화자의 눈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읽고, 화자의 입을 빌려 타인의 생각을 말합니다.
할아버지, 엄마, 친구, 선배, 외국인, 이웃 그리고 사랑하지만 차마 고백할 수 없었던 사람...
작가님의 소설 속 '나'는 당신이 이러할 거라고 짐작하고 이해하려고 하죠.
그래서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 한편 한편이 이렇게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
내가 감히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아마도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이 소설들은 그 감정에서 오는 외로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위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슬프지만, 그것이 왠지 위로가 되는 소설들...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가 참 이쁩니다. ^^*
소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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