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 작가님의 소설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입니다.
예전에 작가님의 소설 '오즈의 닥터'를 읽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어요.
너무너무 엽기적이고 충격적이고 또 너무 재미있었던 소설 '오즈의 닥터'
그것이 바로.. 안보윤 작가님 책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강렬한 첫인상...ㅋㅋㅋㅋ;;
그 장편소설 이후로 읽었던 단편소설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현실보다 더 적나라한 현실을 드러내보인 단편소설들입니다.
읽다보면, 불쾌하고 우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또 조금 서글퍼지는 단편소설들.
표지랑 제목이 너무 멋있어서 보자마자 반해버려 덥석 집어 구입했던 책이에요. ^^*
넌 왜 그렇게 멀리서, 멀리서 날 보는 건데? 위로도 충고도 경고도 하지 않는 게 어떻게 사랑이야?
넌 결국 날 사랑하지도, 소중히 여기지도 않아. 넌 친구도 애인도 뭣도 아니야.
[ '구체성이 불러오는 비루함에 대하여' p.33 ]
어차피 당신은 진실이라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 미지근한 밥알을 씹고 계절에 맞는
이부자리에서 잠드는 것, 책장에 무수히 찍힌 마침표를 세는 것, 그 정도가 당신이 생각하는 삶이었다.
[ '어차피 당신은' p.103 ]
그들이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오해할 틈이 없었을 뿐임을, 세상을 유유히 살아가고 있던 게 아니라
그것과 마주칠 순간을 필사적으로 유예하고 있었을 뿐임을. 남자에게 언어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간혹 마리암이
남자에게 보내던 아득한 시선은 이해할 수 없음에서 오는 체념인지도 몰랐다.
[ '나선의 방향' p.140 ]
- 허공 속에서 사는 것 같아요.
- 응, 나도 그래.
- 팀장님도요?
- 발이 땅에 닿질 않는 기분이야.
- 팀장님도 그렇구나. 그럼 팀장님도...
- 응, 나도.
- 죽고 싶은 기분이겠네요.
- 행복해죽겠어.
[ '다만 허공' p.160 ]
허공 속에서 사는 것 같아. 이원영은 민주의 말을 입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었다.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대답해줄 수 있었다. 허공 속에서 사는 것 같아서, 불행하다고.
[ '다만 허공' p.167 ]
모기는 유난히 겁이 많다. 큰 개가 무섭다거나 귀신이 두렵다거나 하는 식의
공포가 아니다. 모기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롯이 현실이다.
[ '안절부절 모기씨' p.203 ]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미진이 모기 대신 문고리를 잡는다.
"어제도, 그제도, 그랬잖아요...?"
활짝 열린 방 안은 텅 비어 있다. 모기가 유지해야 하는 가장 최적의 상태로, 먼지 냄새조차 희미하게 텅텅.
[ '안절부절 모기씨' p.217 ]
가난하고, 몸이 불편하고, 각종 사고와 범죄와 상처로 뒤범벅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외된 이웃의 삶을 그린 소설이지만 이 이야기는 분명
우리가 오롯이 겪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가난을, 사고와 장애를, 뜻하지 않은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이에게
소설은 아주 조그만 위로가 담긴 인사를 건넵니다.
당신의 하루는 비교적 안녕하셨습니까.
조금은 우울하지만 그속에서도 작가님의 위로가 담긴 소설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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