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하얀 종이 2017. 11. 29. 17:05





안보윤 작가님의 소설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입니다.


예전에 작가님의 소설 '오즈의 닥터'를 읽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어요.


너무너무 엽기적이고 충격적이고 또 너무 재미있었던 소설 '오즈의 닥터'


그것이 바로.. 안보윤 작가님 책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강렬한 첫인상...ㅋㅋㅋㅋ;;



그 장편소설 이후로 읽었던 단편소설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현실보다 더 적나라한 현실을 드러내보인 단편소설들입니다.


읽다보면, 불쾌하고 우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또 조금 서글퍼지는 단편소설들.


표지랑 제목이 너무 멋있어서 보자마자 반해버려 덥석 집어 구입했던 책이에요. ^^*



















넌 왜 그렇게 멀리서, 멀리서 날 보는 건데? 위로도 충고도 경고도 하지 않는 게 어떻게 사랑이야?

넌 결국 날 사랑하지도, 소중히 여기지도 않아. 넌 친구도 애인도 뭣도 아니야.

[ '구체성이 불러오는 비루함에 대하여' p.33 ]

 

 

 














어차피 당신은 진실이라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 미지근한 밥알을 씹고 계절에 맞는

이부자리에서 잠드는 것, 책장에 무수히 찍힌 마침표를 세는 것, 그 정도가 당신이 생각하는 삶이었다.

[ '어차피 당신은' p.103 ]

 

















그들이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오해할 틈이 없었을 뿐임을, 세상을 유유히 살아가고 있던 게 아니라

그것과 마주칠 순간을 필사적으로 유예하고 있었을 뿐임을. 남자에게 언어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간혹 마리암이

남자에게 보내던 아득한 시선은 이해할 수 없음에서 오는 체념인지도 몰랐다.

[ '나선의 방향' p.140 ]

 














 

 

- 허공 속에서 사는 것 같아요.

- 응, 나도 그래.

- 팀장님도요?

- 발이 땅에 닿질 않는 기분이야.

- 팀장님도 그렇구나. 그럼 팀장님도...

- 응, 나도.

- 죽고 싶은 기분이겠네요.

- 행복해죽겠어.

[ '다만 허공' p.160 ]

 

 















 

허공 속에서 사는 것 같아. 이원영은 민주의 말을 입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었다.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대답해줄 수 있었다. 허공 속에서 사는 것 같아서, 불행하다고.

[ '다만 허공' p.167 ]

 

 

 

 

















모기는 유난히 겁이 많다. 큰 개가 무섭다거나 귀신이 두렵다거나 하는 식의

공포가 아니다. 모기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롯이 현실이다.

[ '안절부절 모기씨' p.203 ]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미진이 모기 대신 문고리를 잡는다.

"어제도, 그제도, 그랬잖아요...?"

활짝 열린 방 안은 텅 비어 있다. 모기가 유지해야 하는 가장 최적의 상태로, 먼지 냄새조차 희미하게 텅텅.

[ '안절부절 모기씨' p.217 ]





















가난하고, 몸이 불편하고, 각종 사고와 범죄와 상처로 뒤범벅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외된 이웃의 삶을 그린 소설이지만 이 이야기는 분명 


우리가 오롯이 겪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가난을, 사고와 장애를, 뜻하지 않은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이에게 


소설은 아주 조그만 위로가 담긴 인사를 건넵니다.


당신의 하루는 비교적 안녕하셨습니까. 



조금은 우울하지만 그속에서도 작가님의 위로가 담긴 소설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잘 읽었습니다. ^^

 

'책읽는 여자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0) 2017.12.18
야행  (0) 2017.12.06
여자는 말하는 법으로 90% 바뀐다  (0) 2017.11.22
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  (0) 2017.11.15
지독한 하루  (0) 2017.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