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야행

하얀 종이 2017. 12. 6. 11:01





모리미 도미히코 작가님의 소설 '야행'입니다.


모리미 도미히코 작가님의 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너무 재밌게 읽고 나서


작가님의 다른 소설을 찾아보다 '야행'을 찾았습니다.


그전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기담 '야행'.



10년 전 밤, 영어회화 학원 동료들 여섯명이 구라마 진화제를 구경하러 가게 되는데,


동료 가운데 한명인 하세가와 씨가 그날 밤 돌연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그날 모인 하세가와 씨를 제외한 다섯 명이 구라마 진화제를 보기 위해 다시 모입니다.




화자인 오하시 군, '나'는 약속장소로 가던 중, 하세가와 씨와 꼭 닮은 여자를 뒤쫓다가 야나기 화랑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됩니다.


안으로 들어간 나는 화랑에 전시된 '기시다 미치오'라는 화가의 작품인 신비한 동판화 시리즈 '야행'을 봅니다.

 

그날 밤, 동료들은 모여서 '야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카이 씨가 집 나간 아내를 데리러 열차를 타고 오노미치에 가서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자를 만난 이야기.


다케다 군이 회사동료 커플과 그녀의 여동생 일행과 간 오쿠히다 여행에서 만난 할머니 이야기.


후지무라 씨가 남편, 남편의 직장동료 고지마군과 함께한 아오모리 야행 열차 여행.


 다나베 씨가 이다센 열차를 타고 도요하시로 돌아가던 중 만난 스님과 소녀 이야기.


마지막 장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오하시 군이 다시 화자로 등장하는 이야기.



이 이야기들은 모두 화랑에서 본 기시다 미치오 작품 '야행'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어디서부터가 꿈이고 현실인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읽어야 하는 소설...^^;


읽다가도 무슨 소린지 싶어 몇 번이고 다시 앞장을 넘겨 읽었네요...ㅋㅋ;;;



















그날 밤 우리는 개인실의 조명을 끄고 늦은 밤까지 차창을 바라보았다. 시커먼 산 그림자와 쓸쓸한 마을의 불빛이

뒤로 흘러가고, 지나치는 낯선 역사의 조명이 아내의 옆얼굴을 하얗게 비추었다. 바퀴가 레일의 연결 마디를 넘어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보니 마치 밤의 밑바닥을 달려가는 것 같았다. 차창을 스치는 밤의 마을을 바라보면서 아내는 말했다.

"새벽이 올 것 같지가 않아요."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것이 불길한 예언 같기만 했다.

[p.45]

 

 

 












 

"역시 살아있다는 건 멋진 일이에요."

[p.108]

 

 

 














 

"저런 역에서 내릴 일이 있을까, 차창 밖으로 본 저건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마음을 스칠 때는

반드시 언젠가 거기로 가게 돼요. 이런 곳에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야, 하고 생각하더라도 말이죠. 참 신기한

일이에요. 마치 운명에 이끌리는 것처럼."  [p.127]

 

 

 















문득 나를 감싸고 있는 어둠이 광대하게 느껴졌다.

"세계는 언제나 밤이야."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p.220]

 

 

 
















그녀가 이야기해주는 여행의 추억에 귀를 기울이면서 나는 정원과 맞닿은 유리문으로

눈길을 주었다. 거기에는 테이블을 둘러싸고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차창 같았다.

야행 열차 같았다. 설령 창밖에는 어두운 밤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해도 열차 안에는 여행의 동료가 있고, 따뜻한 빛이 있다. 이렇게

긴 밤의 밑바닥을 달리면서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p.269]



















오후에 잠시 낮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순간적으로 현실감이 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 여기가 어딘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지금이 꿈속인지 현실인지..


 


이 소설 속 이야기도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환상인지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그냥... 주된 화자 '오하시'가 귀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의 눈에 죽은 이가 보이고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거죠.



우리네 삶도 실은 '야행'이지 않을까요.


우리는, 눈앞에 펼쳐지는 사건들과 그속에서 만나는 이들을 모두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요.



여름에 만났으면 더 시원했을 책...^^;


그래도 이렇게 늦게라도 만나 다행이었던 재미있는 기담 소설 '야행'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