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하얀 종이 2017. 12. 18. 15:38




변종모 작가님의 수필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입니다.


표지에서부터 고독한 향기가 물씬 느껴지는 사진집...///^^///


여행과 사진을 취미가 아닌 일로 삼고 사는 사람은 아마도 보통의 직장인들과는 다른 감정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변종모 작가님의 사진과 글은 다른 사진작가님들의 것들보다 조금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집니다.


불쾌하고 불편하다 이런 게 아니라... 야생의 시린 풍경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분명히 사람과 자연을 찍은 사진이고, 사랑과 여행을 이야기하는 글인데, 건드리면 안될 것 같은 그런 게


저는 느껴져요.


그렇게.. 어렵지만, 그렇기에 더 간직하고 싶은 감정이 느껴지는 멋있는 수필~



한해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책장에서 요즘 내 마음을 닮은 책 한권을 꺼내 읽었습니다. ^^ 



 




















지금의 나를 이곳에 두고 홀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데려가지 않은 나만의 여행. 저 먼 곳에서 이곳에

남겨둔 나를 바라보는 일. 그래서 마침내 여행을 떠나지 않고서도 여행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끊임없이 반성하고 버릇처럼 반성해도 모자람 없는 것이 삶이라 여기며 나는 낯선 길 위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풍경 앞에서 그것을 다짐했다.

415일, 이 모든 이야기는 길 위에서의 반성문이다.

[p.13]

 

 

 

 













"여행을 하면 어떤 기분인가요?"라고 누군가 묻는다.

"반쯤 불안하고 반쯤은 행복하지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다시 말한다.

"불안하지 않으면 행복하지도 않지요."  [p.73]

 

 

 















우리가 사는 것도 하나의 길고 긴 길을 걷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 어디쯤 걷고 있을까?

지금껏 달려온 길을 믿고 끝까지 갈 것인가? 언제나 길은 명징하지만, 우리는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만날지

모른 채 희미한 풍경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야 할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걸음이 쌓여 길 끝에 닿았을 때

우리는 얼마나 아득한 여행을 했겠는가. 굳은살이 박이고 햇볕에 그을리며 그냥 걸었을 뿐인데 우리는 또 그만큼을

산 것이다. 내가 믿는 것에 대해 끝까지 가보는 일. 그렇게 끝에 가닿는 순간 다시 펼쳐질 또 다른 길을 만나는 것이다.

[p.84]

 

 

 















우리는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하며 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상대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며 살다가 그 기대가 채워지지 못하면 언제든 돌아서고 마는 일. 가장

사랑하던 존재를 괴롭히는 동시에 결국 자신을 괴롭히는 일. 서로를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처음 한 사람을

마음에 품었을 때를 잠시 생각해보라. 얼마나 애틋했는지 얼마나 서로에게 닿고 싶었는지. [p.150]

 

 
















 

약속하라. 타인이 아닌 당신과 약속하라. 당신이 그리워하는 것들에 대해서 희망을 놓지 말고, 당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의미를 잃지 말고, 당신이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해서 의심 없이 약속하라. 그리고 그것을 잊지 마라.

우리는 언젠가 그곳에 닿을 것이므로. 그것이 바람일지라도.

[p.282]

 

 

 
















끝까지 걷는 것을 중요시 여길 것이 아니라

그곳까지 가는 동안 만나는 것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당신의 의지가 멈추지 않는 한 길은 끝나지 않으므로.

당신의 의도로 걷는 그 길 위에서 의도하지 않는 많은 것들을 만나는 일.

그리고 또 걸어야 하는 일.

삶은 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앞을 보는 것이다.

생이 끝날 때까지.

[p.325]




















작가님은 415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집을 떠나 독일, 미국, 터키,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이란, 미얀마, 라오스, 태국 등 지구를 수없이 떠돌아다니는 여행을 하면서도


참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게 거짓말이라면, 결국 작가님은 여행을 하면서도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의미겠죠.




책을 읽으면서...


 책속의 이야기가 슬프면서도 내게 하는 고백처럼 느껴져


살짝 설렜어요. *^^* 




 머물러 있는 곳이 어디든, 무엇을 하든


우리는 모두 여행을 하는 거라는, 그렇게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담긴 멋있는 수필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책읽는 여자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유로울 것  (0) 2018.01.03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  (0) 2017.12.27
야행  (0) 2017.12.06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0) 2017.11.29
여자는 말하는 법으로 90% 바뀐다  (0) 2017.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