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바다는 잘 있습니다

하얀 종이 2018. 2. 6. 15:26

 

 

 

이병률 작가님의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입니다.

 

작가님의 수필은 많이 읽어봤는데.. 시를 읽은 건 처음이에요.

 

원래 시인으로 등단하신 분인데... 왜 이병률 작가님 시는 한번도 읽어볼 생각을 못했을까요. ^^;

 

 

이병률 작가님 시도 처음이지만, 시를 읽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설레는 만남~*^^*

 

감성적인 제목에 흡족해하면서, 설렌 마음을 안고 시를 읽었어요. ^^

 

 

 

 

 

 

 

 

 

 

 

 

 

 

 

 

이구아수 폭포 가는 방법 -

 

나직하게 비밀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가끔 내가 사라지는 것은

차갑게 없어지기 위해서다

 

[p.17]

 

 

 

 

 

 

 

 

 

 

 

 

 

 

 

그 사람은 여기 없습니다 -

 

나를 어찌하려다 허공을 가르던 손톱으로

내 가슴 한가운데서 뭔가를 꺼내 가려던 그 사람을 세계는

이쪽으로 인도하여 나를 찾게 하지 말 것이며

 

세계는

그를 앞만 보지 않게 할 것이며

그 사람을 거듭 그 사람이게 하지 말 것이지만

 

내게 공중에 버려지는 고된 기분을

여러 번 알리러 와준 그 사람을

지금 다시 찾으러 가겠다고 길을 나서고 있는 나를

나는 어쩔 것인가요

 

[p.23]

 

 

 

 

 

 

 

 

 

 

 

 

 

 

 

지구 서랍 -

 

한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은

한 사람이 깊숙이 칼에 찔리는 것은

지구가 상처 받는 것

지구의 뼈가 발리고 마는 것

 

[p.55]

 

 

 

 

 

 

 

 

 

 

 

 

 

 

 

탄생석 -

 

인생에 하나쯤 있을 것 같은 한 사람에게 고백할 것

 

무엇을 위한 고백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든 이 돌을 뚫고 살면 세월이 흐른다고 대답할 것

 

어떤 한 사람이 평생 흘린 눈물을 끓여서 굳힌 이 돌을 입에 물고

 

삐걱대지 말고 부디 말하지 말 것

 

 [p.89]

 

 

 

 

 

 

 

 

 

 

 

 

 

 

이별의 원심력 -

 

바깥의 일은 어쩔 수 있어도 내부는 그럴 수 없어서

나는 계속해서 감당하기로 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아이슬란드에 남습니다

 

눈보라가 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p.103]

 

 

 

 

 

 

 

 

 

 

 

 

 

 

 

 

이 넉넉한 쓸쓸함 -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잘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저녁빛이 마음의 내벽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

 

[p.104]

 

 

 

 

 

 

 

 

 

 

 

 

 

 

 

 

 

 

 

 

다시 태어나거든 -

 

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회오리바람을 만날 것이니

피할 수 없을지라도

이내 끝나고 말지라도

 

이번 생에는 한 덩어리의 완전한 혼자가 되어라

 

[p.117]

 

 

 

 

 

 

 

 

 

 

 

 

 

 

 

 

 

 

 

착지 -

 

사람이 좋으냐 시가 좋으냐 묻다가도

나무가 될 거니 돌이 될 거니

손바닥을 펴놓고 묻다가도

그저 어설피 부지런히 시 쓰는 일을 연속하느라

공중에나 머물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고

시치미를 떼야 할까

 

[p.124]

 

 

 

 

 

 

 

 

 

 

 

 

 

 

 

 

 

 

문장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어려운 느낌...^^;

 

대개, 시는 읽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고 느끼는 것이라 하죠.

 

 

처음엔 그것이 어렵기만 했는데...

 

여러 번 되돌려 읽고 감상하다 보니 시가 어떤 감정을 담은 것인지 느껴졌습니다.

 

제 가난한 실력으로 그것을 전부 표현하긴 힘들지만...^^;;

 

 

이병률 작가님의 여행 수필만 읽었는데,

 

시도 참 좋네요. ^^

 

인적 드문 바닷가를 혼자 여유로이 거니는 기분...

 

시를 읽으면서 이런 시간을 잠시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이병률 작가님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책읽는 여자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는 게 뭐라고  (0) 2018.03.05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0) 2018.02.24
그대 눈동자에 건배  (0) 2018.01.24
자유로울 것  (0) 2018.01.03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  (0) 2017.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