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작가님의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입니다.
작가님의 수필은 많이 읽어봤는데.. 시를 읽은 건 처음이에요.
원래 시인으로 등단하신 분인데... 왜 이병률 작가님 시는 한번도 읽어볼 생각을 못했을까요. ^^;
이병률 작가님 시도 처음이지만, 시를 읽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설레는 만남~*^^*
감성적인 제목에 흡족해하면서, 설렌 마음을 안고 시를 읽었어요. ^^
이구아수 폭포 가는 방법 -
나직하게 비밀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가끔 내가 사라지는 것은
차갑게 없어지기 위해서다
[p.17]
그 사람은 여기 없습니다 -
나를 어찌하려다 허공을 가르던 손톱으로
내 가슴 한가운데서 뭔가를 꺼내 가려던 그 사람을 세계는
이쪽으로 인도하여 나를 찾게 하지 말 것이며
세계는
그를 앞만 보지 않게 할 것이며
그 사람을 거듭 그 사람이게 하지 말 것이지만
내게 공중에 버려지는 고된 기분을
여러 번 알리러 와준 그 사람을
지금 다시 찾으러 가겠다고 길을 나서고 있는 나를
나는 어쩔 것인가요
[p.23]
지구 서랍 -
한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은
한 사람이 깊숙이 칼에 찔리는 것은
지구가 상처 받는 것
지구의 뼈가 발리고 마는 것
[p.55]
탄생석 -
인생에 하나쯤 있을 것 같은 한 사람에게 고백할 것
무엇을 위한 고백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든 이 돌을 뚫고 살면 세월이 흐른다고 대답할 것
어떤 한 사람이 평생 흘린 눈물을 끓여서 굳힌 이 돌을 입에 물고
삐걱대지 말고 부디 말하지 말 것
[p.89]
이별의 원심력 -
바깥의 일은 어쩔 수 있어도 내부는 그럴 수 없어서
나는 계속해서 감당하기로 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아이슬란드에 남습니다
눈보라가 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p.103]
이 넉넉한 쓸쓸함 -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잘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저녁빛이 마음의 내벽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
[p.104]
다시 태어나거든 -
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회오리바람을 만날 것이니
피할 수 없을지라도
이내 끝나고 말지라도
이번 생에는 한 덩어리의 완전한 혼자가 되어라
[p.117]
착지 -
사람이 좋으냐 시가 좋으냐 묻다가도
나무가 될 거니 돌이 될 거니
손바닥을 펴놓고 묻다가도
그저 어설피 부지런히 시 쓰는 일을 연속하느라
공중에나 머물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고
시치미를 떼야 할까
[p.124]
문장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어려운 느낌...^^;
대개, 시는 읽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고 느끼는 것이라 하죠.
처음엔 그것이 어렵기만 했는데...
여러 번 되돌려 읽고 감상하다 보니 시가 어떤 감정을 담은 것인지 느껴졌습니다.
제 가난한 실력으로 그것을 전부 표현하긴 힘들지만...^^;;
이병률 작가님의 여행 수필만 읽었는데,
시도 참 좋네요. ^^
인적 드문 바닷가를 혼자 여유로이 거니는 기분...
시를 읽으면서 이런 시간을 잠시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이병률 작가님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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