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여자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하얀 종이 2015. 10. 12. 14:48

 

 

 

 

한스 라트 작가님의 장편소설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입니다.

 

심리 치료사 야콥과 자신을 '신'이라고 부르는 남자 아벨이 작품의 두 주인공입니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현재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

 

심리 치료사 야콥은 이혼과 파산으로 자기 문제를 감당하기도 벅찬 상태이고 손님 없는 심리 치료사 일도 접을까 고려 중이죠.

 

'고민 많은 신' 아벨은 아르바이트로 서커스 광대 일을 하는 중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신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이는 캐릭터입니다.

야콥은 아벨을 정신이상자로 확신하면서도 왠지 모를 호감을 느끼고 상담 의뢰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과연 '신'의 고민은 무엇이고, 야콥은 과연 그를 도울 수 있을까요?

 

일생의 역사를 말하라고 하면 '빅뱅'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아벨의 말을 야콥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그들의 동행이 계속될수록 마냥 정신이상자로만 보기 어려운 아벨의 예사롭지 않은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아벨, 이 세상이 그리 꿀처럼 달콤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까지 설명해 줄 필요는 없어.

어쨌든 이 행성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럼에도 인생을 그리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아벨이 나를 바라본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내가 이런 어리석은 망상을 버리면 아주 잘 살 수 있다는 뜻이군."

"뭐... 생각해 봐. 불행한 신으로 사는 것보다 행복한 서커스 광대로 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지 않겠어?" 내가 약간 목소리를 높인다.

"불행하더라도 난 신이야. 신으로 살 수밖에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내가 되묻는다. "신도 스스로 돕지 못하는 일을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돕겠어?"

[p104]

 

 

 

 






 

 

 




 

 

 

"감정만큼 구체적이고 생생한 건 없소. 그래서 사람들이 지식이 아닌

사랑과 행복, 우정 같은 걸 동경하는 거 아니겠소?" [p273]

 

 


 

 

 






 



 

 

 

 

나는 방금 깨달은 것이 있었다. 아벨 바우만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광대든 신이든

원칙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아벨이 내게 보여준 것이 진짜 기적이든

눈속임 마술이든 그것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아벨의 체험이 나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이다.

신이 있다고 해도 더 이상은 신에게 요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283]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신이라면... 우리는 그들에게 과연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신도 스스로 돕지 못하는 일은 평범한 인간도 어쩔 수가 없다는 말...

 

그러니 신은 그저 신일 뿐,

 

인간은 그에 상관없이 제 몫대로 살아가는 게 맞다는 거겠죠.

 

곁에 자신을 묵묵히 지켜보는 '신'의 존재를 감사해하면서.

 

 

 

 

 

 완벽하지 않은 신과 더 불완전한 인간의 동행이 흥미로운 소설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제목 만큼이나 재밌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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